[한경닷컴]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알려진 스티븐로치 모건스탠리증권 아시아 회장은 전세계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 국면이 예상보다 심각하며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 한국을 방문한 로치 회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버블붕괴 이후의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글로벌 경제는 지난 수년간 묵과해 온 자산버블의 붕괴로 전례없는 침체국면을 경험하게 될 전망”이라며 “서브프라임 이전 경험했던 5%대의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가 저점을 찍을 시점 역시 최소한 올해말 혹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며 향후 3년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최대 3%를 제시했다.

로치 회장은 “2000년 닷컴 사태 등 자산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은 신용을 통해 경제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사상최고치까지 끌어올렸고,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생산주체들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충격의 강도를 키웠다”고 지적했다.이는 이번 위기가 미국이나 부동산 등 일부 지역이나 투자자산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 그는 “현재 금융위기는 절반 정도의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실물경제의 조정국면은 20%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경기 둔화에 따른 추가적인 자산부실과 금융기관들의 실적악화 가능성 등 아직 최악의 국면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가장 큰 문제점은 최대 소비자인 미국을 대신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그는 “차세대 성장의 견인차로 꼽히는 중국조차도 GDP대비 수출비중은 25~30%로 높아진 반면 내수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중국뿐 아니라 한국 역시 세계 경제가 활황일땐 최대 수혜주로 꼽혔지만 역시 침체기엔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향후 2~3년간 미국은 저축을 늘리고 아시아 지역은 소비를 늘리는 대대적인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아직 디커플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이번 위기를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