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5점이 운명을 갈랐다.

100대 건설사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채권은행이 막판에 부여한 가산점과 감점 5점이었다. 최종 평가 단계에서 5점을 깎여 C등급으로 떨어진 기업이 적지 않았다. 몇몇 업체는 가산점 덕분에 구조조정을 피해 희비가 엇갈렸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대출액이 과도하거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곳이 나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퇴출이 확정된 대주건설은 "지난 1년간 사업지와 계열사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며 "이번 평가의 부당함을 호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대상이 된 기업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17위인 경남기업은 "대주단협약에 우선 가입하는 등 정책에 적극 협조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차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지만 작년 말 채권단으로부터 84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은 것 때문에 5점을 감점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여명 감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우림건설도 당혹스러워했다. 회사 측은 PF 대출액이 1조3000억원으로 매출액(지난해 6000억원)에 비해 많았던 게 화근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풍림산업은 "건설사들은 4분기에 대금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데 평가가 3분기까지의 재무 상태로만 한정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림산업 자회사인 삼호와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기공이 C등급을 받는 등 대기업 계열사도 피해가지 못했다. 삼호는 PF 지급보증액(1조5000억원)이 자본금(720억원)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게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호/장규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