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지막 공식 협상인 8차 협상 개최에 합의하면서 타결까지 한 걸음을 남겨 놓게 됐다.

그러나 자동차 관세철폐를 포함한 상품양허, 관세환급, 원산지 등의 핵심 쟁점에서 양측 간 이견이 여전해 아직 최종 타결 여부를 예측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 3월 8차 협상서 끝낸다

19∼20일 서울서 열린 한.EU 통상장관회담에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쉬튼(Catherine M. Ashton)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3월 서울에서 한.EU FTA 제8차 협상을 개최키로 했다.

지난해 5월 브뤼셀에서 열린 7차 협상에서 양측은 8차 협상이 마지막 협상이 되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따라서 8차 협상 일정에 합의했다는 것은 양측이 한.EU FTA 협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번 장관회담 개최 전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도 양측이 과연 8차 협상 개최 일정에 합의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김 본부장은 이날 장관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어제와 오늘 주요 쟁점에 대해 협의해 의견이 상당 부분 접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래서 8차 공식 협상을 3월 첫째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EU 측도 이번 회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협상 상대방인 애쉬튼 집행위원은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더욱 진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 진행 상황을 10부 능선에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8∼9부 능선 정도는 왔다고 본다.

남은 것은 10% 미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8차 협상이 마지막 협상인가'라는 질문에 "제 스스로 (그렇게)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

똑같은 노력을 애쉬튼 집행위원도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번 협의사항을 기초로 각자 내부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한 뒤 8차 협상에 임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별도 수석대표 회담 등을 개최하는 등 물밑 조율은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핵심쟁점 이견 여전

8차 협상 개최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측 간 남아 있는 주요 쟁점은 크게 상품양허(관세감축), 관세환급, 원산지, 자동차 관련 기술 표준, 서비스 등 5개 분야가 꼽힌다.

당초 이번 장관회담에서 양측은 몇 가지 협상안을 마련해 놓고 '주고 받기식' 협상을 통해 딜을 거의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실질적 타결을 도출하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애쉬튼 집행위원도 "협상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쟁점이 남아있고 남아 있는 쟁점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산지 규정과 연관돼 있는 관세환급(duty drawback)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산업 간 무역구조가 정착돼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로부터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비율이 높다.

수출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수출 목적의 원자재나 부품 수입에 대해서는 관세를 환급해 주고 있다.

EU 측은 관세환급을 실시할 경우 한.EU FTA의 과실이 "제3국으로 갈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EU는 세계 최고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27개국이 모여 부품.원자재의 역내 조달비율이 높다는 점이 이런 관세환급에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EU 측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관세환급금지 조항을 양보한 적은 없다는 것이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에서 관세환급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입장을 정리했지만 최종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해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동안 양측 간 협상 타결에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던 자동차 관세철폐 및 기술표준, 서비스, 상품양허 등에 대해서도 일체 협상 진척사항이 언급되지 않은 점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관세환급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다"면서 "다만 EU 측 입장이 있어 상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