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했더니 스마트 키 '먹통' ‥ 살벌해진 해고 풍속도
◆느닷없는 해고 통보
예전에는 감원을 할 때도 최소한의 '정'이 있었다. 해고 대상자를 따로 불러 양해를 구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예의'마저 생략되는 추세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주변 상황이 다급하고 절박하다. 요즘 들어 애용되는 해고 통지 수단은 이메일이다. 어느 날 출근해 메일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졌음을 확인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일부 외국계 기업은 상황이 더욱 살벌하다. 정보통신 분야 외국업체 관계자는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기 위해 카드키를 댔을 때 갑자기 작동이 안되도록 조치하는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기업 정보 유출을 우려해 본인에게 해고 통지도 하기 전에 미리 출입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주변을 정리하도록 주어지던 시간도 짧아졌다. 중견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뒤 몇 달씩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2~3주 안에 퇴사 절차가 완료돼 버린다"고 말했다.
◆퇴로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원대상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사람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임원들을 찾아가 '로비'를 하기도 했다. 계열사나 협력업체에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한 것.대체로 이런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일부는 2~3년 정도 계열사에 숨어 있다가 본사로 화려하게 컴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패자 부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두번의 기회'는 흔치 않다. 각 계열사별로 '해고 총량'이 할당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본사 직원 한 명을 계열사로 밀어넣으면 계열사 직원 한 명이 나가야 하는 구조인 만큼 '봐주기 전보 인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해고 총량제'는 '상호 비방'이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동료 직원이나 임원의 잘못을 찾아내 투서하거나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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