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9일 임원인사에서 지난해(8명)의 두 배가 넘는 17명을 부사장으로 발탁,전진 배치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엄선,'차세대 뉴리더 진용'을 구축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새로 기용된 부사장들 중에서는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온 기획 · 재무통의 비중이 높다. 해외 영업과 R&D(연구 · 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진 전무 · 상무 직급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지난해 삼성 경영쇄신안 발표 때 폐지된 전략기획실(옛 기업구조조정본부) 출신 인사도 5명에 이른다.

◆기획 · 재무통 전면으로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 중에선 김종중,이인용,정유성 부사장 등이 기획 ·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김종중 부사장은 재무 전문가로 구조본과 전략기획실,업무지원실 등을 거쳤다. 기업의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인용 부사장은 올해 새로 신설되는 삼성커뮤니케이션팀 팀장으로 발령받은 언론인 출신 홍보 전문가다.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승진한 윤순봉 신임 사장에 이어 삼성의 대언론 홍보를 총괄하게 됐다. MBC에 입사해 방송 기자로 경력을 쌓은 뒤 2005년 삼성전자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를 맡기도 했다. '온화한 카리스마'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정유성 부사장은 삼성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사통이다. 2005~2007년 삼성전자 인사팀장을,2007~2008년 전략기획실 인사지원팀장을 각각 거쳤다. 해외 인적자원관리 핸드북과 국가별 노동법 해설 등 다수의 전문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전자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 승진자들도 기획 · 재무 전문가들이 많다. 신현목 삼성테크윈 부사장은 재무와 인사 등의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06년부터 테크윈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회사의 기획 및 지원업무를 총괄했다.

금융계열사 부사장 승진자들도 전원이 기획 · 재무통이다. 윤용암 삼성화재 부사장은 전자 북미총괄 전략팀장을 맡아오다 2005년 생명 기획담당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화재에서는 자산운용을 총괄했다. 신응환 삼성카드 부사장은 그룹 구조본 재무팀 출신으로 카드 경영지원실에서 경력을 쌓았다.

영업 · R&D의 승진 기준은 '실적'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현장경영 강화'를 모토로 들고 나왔다. 국내외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신규 임원을 대폭 늘리고 높은 성과를 올린 R&D 관련 인력을 우대했다. 전무나 상무급 인사만큼은 아니지만 부사장 인사에도 이 같은 기조가 어느 정도 유지됐다는 분석이다. 승진자 17명 중 6명이 영업이나 R&D 분야에서 나왔다.

방인배 삼성전자 신임 부사장은 영업 · 마케팅 분야의 거목 중 한명으로 꼽힌다. 2007년까지 전략기획실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방 부사장은 지난해 국내영업사업부로 자리를 옮겨 B2B(기업 간 거래) 영업에 집중했다.

신상흥 신임 부사장은 삼성을 TV 분야 1위로 만든 '보르도 열풍'을 주도한 주인공 가운데 한명이다. 신 부사장은 2006년부터 영상전략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 세계 TV 영업과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해 왔다.

R&D 분야 인력 중에서는 정칠희 삼성전자 신임 부사장이 눈에 띈다. 시스템LSI 전문가로 메모리 위주였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비메모리로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 전체가 적자에 허덕이던 지난해 시스템LSI의 약진으로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 흑자를 유지했었다.

박중흠 삼성중공업 신임 부사장은 '신제품 제조기'로 불린다.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들이 대부분 박 부사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전보인사에도 관심

중량급 부사장들의 전보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IR팀장으로 '삼성의 입'으로 통했던 주우식 부사장은 삼성증권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의 기존 부사장 2명중 PB사업본부장이었던 서준희 부사장이 에스원 사장으로 승진,공석이 생기긴 했지만 주 부사장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종왕 고문이 2007년 11월 사임해 공석으로 있었던 법무실장 자리는 김상균 부사장이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 부사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2005년 삼성에 합류했다.

지난 16일 사장단 인사에서 상근 고문으로 물러난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의 후임에는 정기영 부사장이 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