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일제히 공장 문을 닫았던 자동차 및 전자업계가 '2차 감산'에 나서고 있다. 설 연휴(1월24~27일)를 끼면 장기 휴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철강회사들도 주력 수요 업계인 조선과 자동차 가전 회사들의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확대 여파로 당분간 감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17일부터 경기 광명 소하리 1공장의 문을 닫았다. 다음 달 8일까지 3주간 조업을 중단하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이 기간 중 대형 세단 오피러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카니발 및 프라이드와 혼류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가동 중단 기간 중 생산직을 대상으로 기본 정상임금을 지급하는 유급휴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부품 · 타이어업계,최장 10일 가동 중단

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수요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한 공장에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구축 공사를 개시한 것"이라며 "공사를 마치고 나면 시장 상황 변화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 중 GM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도 추가 휴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 침체가 심해지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어서다. GM대우와 쌍용차는 지난 연말연시에도 크리스마스 연휴를 끼고 열흘 이상 장기 휴업을 실시했다.

대형 자동차 부품 업체인 한국델파이는 설 연휴 기간을 전후로 충북 진천공장 생산라인을 세운 뒤 고용 유지 훈련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대상은 직 · 조장을 포함한 생산직 전원이다. 훈련 날짜는 오는 23일과 29,30일이다. 단체협약상 설 연휴가 24~28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일간 공장 문을 닫는 셈이다.

한국델파이 관계자는 "그나마 연휴를 끼고 휴업하는 게 노사 모두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연휴 휴무가 감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노조 반발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하이닉스,"30% 감산 기조 지속한다"

공급 과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도 설 연휴를 끼고 추가 감산에 나설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와 마찬가지로 1월 한 달 동안 전체 생산 물량의 20% 정도를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25일부터 11일간 생산라인을 세웠다.

LG디스플레이의 감산 기조는 1분기 말까지 유지된다. 다음 달부터는 생산량 감축폭을 5% 수준으로 조정,1분기 평균 가동 비율을 90% 수준으로 맞출 예정이다.

작년 말 집단 휴무를 통해 가동률을 30% 정도 낮춘 하이닉스반도체는 '30% 감산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이달 초까지만 감산에 나설 예정이던 이 회사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생산량을 원상태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언제 생산량을 정상화시킬지는 반도체 업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냉연업계,"6월 이후는 돼야 경기 풀릴 듯"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작년 말 감산에 나섰던 포스코는 2월에도 감산 체제를 지속하기로 했다. 최소한 1분기(1~3월)까지는 이런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당초 예정한 감산 규모로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철강경기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올해 매출이 작년(30조6000억원)보다 2~12%가량 줄어든 27조~30조원에 그칠 것으로 포스코는 예상하고 있다.

동국제강현대제철 등 다른 대형 철강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테인리스 등 최근 수요가 급감한 품목은 당분간 50% 이상 생산량을 줄일 방침이다.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동부제철 등 냉연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은 "최소한 6월 이후는 돼야 경기가 풀릴 것"이라며 "올 한 해는 감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재길/송형석/안재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