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도 해외 출장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해라.'삼성그룹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임원들의 출장비까지 줄이는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삼성은 대대적 경영 진용 재편에 맞춰 계열사 사장 및 임원에 대한 연봉 삭감과 복리후생 혜택을 축소하는 비상경영 계획을 마련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불황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맨 것이다. 이번 조치로 삼성 임원들은 해외 출장 다닐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상무급은 20시간 이내 거리일 경우,부사장 · 전무급은 10시간 이내 비행일 때 이코노미석을 타야 한다는 세부 기준까지 마련했다. 상무급의 경우 남미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으로 출장 갈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실 사용금액 전체를 지급했던 현지 숙박비 역시 내규에 따라 일부만 지급할 예정이다.

임원들의 연봉도 평균 10~20% 줄일 계획이다. 삭감폭은 계열사별 경영 여건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실적이 안 좋은 계열사의 경우 최대 50%까지 연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한 자릿수 수준의 PS(초과이익분배 성과급)를 지급키로 결정한 데 이은 긴축 조치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 위기를 사장단 및 임원진의 솔선수범과 고통 분담을 통해 먼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 삼성은 전체 임원 규모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져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원 감축과 관련해 정해진 목표치는 없고 계열사별로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는 게 삼성 측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승진자 최소화,계약 연장 거부 등을 통해 최대 30%까지 임원 수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미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임원 수로 비춰 볼 때 20% 정도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원 수를 줄여 임금을 안정화하는 대신 일반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지켜 주기 위한 조치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각 사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경영효율 제고와 사업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위기를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