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은 건설 · 조선사 구조조정과 관련,은행들에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부실 징후) 기업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평가했더라도 신규 지원 자금 필요액이 크다면 점수를 깎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확대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16일 금융당국과 은행들에 따르면 111개 건설 · 조선사에 대한 은행의 잠정 평가 결과에서 C등급 이하로 평가한 건설사는 10여개 안팎,조선사는 2~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는 국민(14개) 신한(11개) 등 대부분 은행이 평가 업체에 대해 B등급 이상을 줬고 심사를 진행 중인 우리은행(30개)은 퇴출 업체가 나오더라도 1~2개에 불과했다. 19개 중소 조선사의 경우도 퇴출 대상은 없고 2~3개사가 C등급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구조조정 대상 업체 수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자 금융당국은 건설 · 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항목 중 '기타항목(5점)'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라고 은행들에 요구했다. B등급을 받은 업체라도 신규 지원 자금 규모가 채권단이 협조 융자를 해야 할 정도로 클 경우에는 기타항목의 점수를 낮게 주는 방식으로 점수를 깎아 구조조정 대상에 편입하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A,B 등급으로 구분한 건설사나 조선사가 향후 6개월 내에 부도를 내는 등 부실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관련자를 문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들은 이날 B와 C등급의 경계선상(69~70점)에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점수 재산정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경계선상에 있는 기업들 중 상당수가 로비와 읍소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간신히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에 점수 재조정 작업에 들어가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은행들은 다음 주부터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등급 평가에 대한 이견을 조율한 뒤 오는 23일까지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현석/이심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