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에 이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한 혁명적 수준의 변신을 시도한다. 반도체 LCD 디지털미디어 등 5개 총괄조직으로 돼 있던 편제를 개편,부품과 세트제품 부문의 2개 조직으로 바꾼 뒤 각각을 별도의 회사처럼 분리 운영한다는 게 골자다. 부품쪽은 이윤우 부회장,제품부문은 최지성 사장이 각각 총괄하는 투톱체제로 조직을 쇄신했다.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시키고 모두가 현장 중심의 경영을 펼치도록 조직을 슬림화시킨 것.삼성전자는 내주 초엔 △현장중심 경영 강화 △의사결정 구조 간소화 △유관조직 집중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등 세 가지를 키워드로 후속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이윤우(부품) · 최지성(제품) 투톱체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대폭 슬림화시켰다. 현재 △반도체 △LCD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경영지원 등 5개 총괄조직을 부품(반도체+LCD)과 제품(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 2개 부문으로 이원화한다. 부품은 디바이스 솔루션(Device Solution) 부문,제품은 디지털미디어 & 커뮤니케이션(Digital Media & Communications) 부문으로 각각 명칭을 정했다.

5명의 총괄 CEO가 나눠 맡던 회사 최고경영진을 이 부회장과 최 사장 2명으로 줄였다. 반도체를 비롯해 TV,휴대폰 사업을 두루 거친 최 사장의 역할이 크게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시켜 스피드 있는 경영을 펼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두 명의 부문장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독립적으로 각자의 부문을 경영하게 될 것"이라며 "마치 부품과 제품 부문이 서로 다른 회사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중심 스피드 경영

이번 조직개편의 또 다른 키워드는 '현장 중심 경영'이다. 다음주 초 예정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는 경영지원 총괄과 기술총괄 인력을 본사에서 현장으로 대거 내려보낼 예정이다.

서울 서초동 사옥에는 인사 · 홍보 등 필수 인력만 남고 대부분은 주요 사업부가 자리잡고 있는 수원(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과 기흥 · 화성(반도체),탕정(LCD) 등으로 옮긴다는 설명이다. 기술 총괄에 소속된 임직원들도 현장 사업부와 기술원쪽에 분산 배치할 예정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현장에서 스피드있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삼성전자가 먼저 현장 경영을 실시하면 다른 계열사들에도 이 분위기가 파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영이론가 톰 피터스가 주장한 현장경영(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리더가 직접 현장을 찾아 업무를 챙기고 스피드있게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 위기 때에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2005년 수원 사업장에 설립한 디지털연구소가 현장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조직개편의 모델이 됐다는 후문이다.

사장단도 대거 교체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그룹 계열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사장을 교체했다. 그만큼 위기 의식이 긴박하다는 방증이다.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임형규 신사업담당 사장,오동진 북미총괄 사장,이현봉 서남아총괄 사장 등 5명이나 현직에서 물러났다. 또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으로,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삼성전기 사장으로,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기술원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는 내주 초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도 기존 사장급이 맡던 해외총괄 사장과 제품 담당 사업부장 자리에 부사장급을 대거 기용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위한 후속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