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의 화두로 '슬림화'와 '현장 중심 경영'이 떠올랐다.

무거운 관리조직의 몸집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성은 16일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최대한 조직을 가볍게 운영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슬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LCD 등 부문별 5대 총괄조직을 부품과 완제품으로 이원화했고, 경영지원 분야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현장 사업으로 내려보내기로 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 각 사업단위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KT도 지난 14일 이석채 사장 취임과 함께 '올 뉴(All New) KT'를 모토로 내걸고 본사와 지역본부 인력 3000여명을 현장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상품별로 나눠져 있던 조직은 홈고객과 기업고객 부문으로 바꾸고 지역본부는 18개 지역으로 세분화했다. 또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CC(Corporate Center)를 신설해 그룹전략, 성과평가, 계열사 경영 등을 맡긴다.

16일 발표된 KTF의 조직 개편도 슬림화에 초점을 맞췄다. 전략기획 부문 내 사업개발실과 비전추진실을 사업개발실로 통합했으며, 마케팅제휴실은 폐지키로 했다. 또 본사 9개팀을 유사 기능 팀과 통합해 40여명의 본사 인력을 서비스 현장 부서로 배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이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에서 드러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제위기에 정확히 대처하려면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며 "앉아서 전화로 대충 확인하려 들지 말고 현장에 뛰어가 눈으로 확인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스로 사무실보다 현장에서 바로 보고받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부 LG회장도 파주 LG디스플레이 LCD 라인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가 OLED 노트북 패널 등을 꼼꼼히 챙기며 전력 소비량과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등을 점검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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