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15일 선진국들의 경제침체로 인한 개도국들의 수출 감소로 인해 올해 세계경제가 제로성장이나 그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엔 개발정책분석국이 이날 발표한 `2009 세계경제 상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마이너스 0.4% 성장이었으며, 중간 및 낙관적 시나리오의 경우는 각각 1.0%와 1.6% 성장이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지난 해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률인 2.5%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유엔은 전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하이너 플라스벡 세계화 및 개발전략 담당 국장은 이날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세계 전체적으로 그 결과는 제로 또는 제로를 약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벡 국장은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세계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본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초 유엔은 선진국 경제의 침체 정도가 작고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흥개도국들의 성장이 강력할 경우를 상정해 세계경제의 올해 성장을 1.0%로 예측했으나,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어 예측치를 하향 조정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선진국들은 더욱 가파르게 침체하고, 신흥개도국 및 개도국들의 성장도 약화되는 상황이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더 현실성이 높다"면서 "이런 상황이 영원히 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향후 몇 개월은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비관적 시나리오에 의하면, 올해 선진국 경제는 마이너스 1.5% 성장에 머물고, 구 공산권 등 이행경제와 개도국들은 각각 2.7%씩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에서는 미국이 마이너스 1.9%, 그리고 유로존과 일본이 마이너스 1.5%와 마이너스 0.6%로 전망됐다.

신흥경제국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각각 7.0%와 4.7% 성장을 보이고, 브라질과 멕시코는 각각 0.5%와 마이너스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세계무역은 마이너스 3.1% 성장을 보이고, 세계산출량은 1.3%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 유엔은 재정적자가 적고 경상수지 흑자가 많은 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점차 악화되는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조율하에 대규모 경기부양책들을 통해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곧 출범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현재 8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며, 중국과 독일은 이번 주에 각각 4조 위앤(5천850 달러와 500억 유로(657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다.

플라스벡 국장은 그 같은 방향은 올바르지만 규모가 적다고 말하는 한편, 일본의 재정적자가 이미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달러화의 최근 강세와 관련, 보고서는 "달러화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글로벌 불균형들의 무질서한 조정 및 달러화의 경착륙은 글로벌 경제에 주된 하강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현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과 관련, 플라스벡 국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뿐아니라, 상당수 국가에서 자산.상품.통화.주택 부문의 투기적 거품들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