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기업들과 개인 소비자들은 예년에 비해 설 선물 구매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장기 불황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롯데백화점의 법인특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에서도 5일부터 13일까지 법인특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 가량 감소했다.

개인 소비자들도 설 선물비용을 지난해보다 크게 줄이는 추세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자사 인터넷몰 이용 고객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올해 설 선물세트 구매 비용을 지난해 추석에 비해 50%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57%에 달했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36%로, 지난해보다 설 선물 예산을 줄이거나 동결시키겠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93%를 차지했다.

설 선물 예산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유통업계는 불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과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선물세트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데다 구매 물량과 비용을 함께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올해 설이 예년보다 열흘 가량 일찍 찾아오면서 설 선물세트 판매행사와 신년 세일이 겹친 것도 기업들의 설 선물세트 구매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년에는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은 한번 방문으로 선물 구매를 결정했지만 올해는 백화점을 여러차례 오가며 구매량 등을 결정하는 데 상당히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이 법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설 선물은 95%가 상품권이고 일반 상품은 5%에 불과한 반면 현대백화점에서는 95%가 일반상품, 상품권은 5%에 그치는 등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5∼10% 가량 저렴해진 한우세트와 과일세트를 주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와 굴비는 10만∼20만 원대, 과일과 표고버섯 세트는 5만∼10만 원대가 주로 판매되고 있다.

6만∼7만 원대 와인세트, 10만 원 안팎의 홍삼세트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기업별 직원 선물용 쇼핑몰에선 기업체 직원들이 회사에서 명절 선물로 나눠준 쇼핑머니에 개인 돈을 추가해 30만~40만 원대의 네비게이션, DSLR 카메라, 비데, PSP 게임기 등 평소에 구입을 미뤘던 소형 가전제품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소형 가전 매출이 예년에 비해 30% 가량 늘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이희준 부장은 "법인특판에서는 설 5∼6일전에 선물 수요가 가장 높다"면서 "본격적인 설 선물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인 15일께부터 특판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와 현대백화점이 설 선물세트 기업특판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신세계백화점에서는 2일부터 12일까지 기업들의 선물 구매액이 지난해보다 16.1%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장 오래된 백화점으로서 경쟁사에 비해 대기업 위주의 단골 우량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특판 매출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에서는 상품권과 일반상품 매출비중이 예년과 비슷하게 7대 3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 일반상품 매출은 12.8% 각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반상품으로는 10만~15만 원대의 밥솥, 자전거, 음식물 처리기 등이 주로 팔리고 있으며 30만 원대의 네비게이션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