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 의사를 밝힌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사임은 아니다”라며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스코 2009 최고경영자(CEO)포럼’에 참석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집착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포스코는 오너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 이사회가 경영 중심에 있는 회사인데,전문경영인이 자신이 데려온 사외이사에게 연임시켜 달라고 부탁한다는 식의 일부 시선이 저를 괴롭혔고 이를 불식시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경영환경이 나빠지니까 여기서 그만두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고민을 했지만,어려움이 하루이틀 갈 것도 아니고 어려운 시대 젊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이미 2007년에 조기에 임기를 끝내기로 결심했으며 오늘 이사회에서 사의를 받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포스코를 포함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도 가감없이 피력했다. 그는 “CEO로 있는 동안 가장 괴로운 문제는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었다”며 “특히 전문경영인 제도가 발전해야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매각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문제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더이상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 부분(대우조선 인수)에 대해선 더이상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올 1분기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올 1분기가 가장 힘들겠지만 상반기 중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는 약간의 회복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우리 모두에게 외환위기 당시 이상의 용기와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들겠지만 1분기에 적자는 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투자계획 등 사업전략도 소개했다. 이 회장은 “올해는 해외를 포함해 총 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9000억원 수준의 원가절감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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