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선산업은 LNG(액화천연가스)가 먹여 살린다. "올해부터 LNG 관련 선박의 건조 주문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발주 대기 중인 물량만 50조~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한계에 달한 원유 대신 천연가스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덕분이다. 더구나 LNG-FPSO(천연가스 저장 및 생산 설비)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설비 시장은 국내 '빅3' 조선업체의 독무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잔뜩 움츠렸던 선박 발주 시장에 단비가 내린 셈이다.

◆LNG,포문을 열다

삼성중공업은 15일 유럽 선주로부터 LNG-FPSO 한 척을 6억80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수주했다. 올해 국내 대형 조선회사가 따낸 첫번째 선박 건조 주문이다. LNG-FPSO는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액화해서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복합 기능을 갖춘 해양플랜트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육상 액화 · 저장설비 건설이 필요없고 한 곳에서 작업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주문은 LNG-FPSO의 하단 선체 부분만 별도로 따낸 것"이라며 "상부 플랜트까지 추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 수주금액은 두 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LNG-FPSO는 길이 320m,폭 60m짜리로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에서 600분의 1로 압축해 저장하는 기능을 갖췄다. 21만㎥ 용량의 화물탱크를 외부에서 통째로 만들어 선체 내로 장착하는 새로운 공법도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선박 내부에 들어가서 화물탱크 조립 작업을 했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졌다.

◆줄줄이 대기한 발주

그동안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원유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육상과 대륙붕의 유전 개발이 거의 끝난데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LNG가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LNG는 원유에 비해 채굴 비용이 싼데다 해상 오염에 대한 우려도 적다.

이로 인해 LNG 관련 선박에 대한 발주는 앞으로 줄을 이을 전망이다. 유럽 최대 석유업체 로열더치셸은 이미 50억달러(약 6조원)짜리 초대형 LNG-FPSO에 대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단일 발주로는 전 세계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이르면 이달 중 결정될 이번 수주전에서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기업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이 밖에 엑슨모빌,코노코 필립스 등 다른 석유 메이저와 일본 브라질 등의 에너지 개발회사들도 대규모 LNG-FPSO 발주를 준비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줄잡아 30여척의 LNG-FPSO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발주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LNG-FPSO 가격이 한 척당 2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50조~60조원가량의 발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셈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LNG 운반선에 대한 건조 주문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004년 70척에 달했던 LNG선 발주량은 △2005년 40척 △2006년 33척 △2007년 23척 등으로 줄어들다가 작년에 6척으로 급감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주요 LNG 생산국을 중심으로 올 한 해 20척 이상의 주문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