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大ㆍ삼성전자, 차세대 소재 '그래핀' 확대기술 세계 첫 개발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꿈의 나노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을 넓은 면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성균관대학교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은 홍병희 화학과 교수(37)와 최재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39)이 공동으로 반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한 대(大)면적 그래핀의 제조기술과 그래핀으로 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패터닝)을 개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15일자)에 게재됐다.

그래핀이란 탄소원자가 서로 연결돼 벌집 모양의 평면 구조를 이루는 물질로 구조적,화학적으로 안정돼있고 매우 뛰어난 전기적 성질을 갖는다. 현재 반도체에서 사용되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가 이동할 뿐만 아니라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어 기존 기술을 대체할 차세대 트랜지스터 및 전극 소재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점으로 인해 지금까지 상용화에 제약을 받아왔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화학증기증착법(CVD)을 이용해 넓은 면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접거나 잡아당겨도 전도 특성을 유지하는 신축성 전극과 대용량 트랜지스터 배열 등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팀이 만든 수 ㎝ 수준의 그래핀 필름은 지금까지 제작된 어떤 그래핀보다 기계적,전기적 성질이 우수하다"며 "입는 컴퓨터와 같은 플렉시블 전자소자의 실현 가능성을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4인치(약 10㎝) 그래핀 필름에 회로를 구성한 후 테스트해 본 결과 20~30% 잡아당겨도 전기적 특성을 잃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만든 투명전극이 가장 먼저 상용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투명전극으로 인듐으로 만든 ITO(Indium Tin Oxide)가 평판 디스플레이,터치스크린,태양전지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인듐의 고갈에 따른 단가 상승으로 대체물질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그래핀 투명전극의 대량 생산기술이 확립된다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투명전극의 수입 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차세대 플렉시블 전자산업 기술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부품연구원은 세계 투명전극 시장이 2008년 7조7000억원에서 2018년 22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그래핀이 집적도 및 처리속도가 한계점에 이른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핀은 기존의 실리콘보다 발열량이 적고 간단한 나노패터닝 공정을 통해 반도체 특성을 조절할 수 있어 실리콘 기반 소자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성균관대와 협력을 통해 초고속 나노 메모리,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차세대 태양전지 등에 관련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