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불황에 대한 내성이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힌다. 창사 이래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10여년 전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을 때도 묵묵히 '정속 운행'을 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적극적인 원가절감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흑자를 내 왔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작년 연말부터 감산 체제에 들어갔다. 12월에 20만t을 줄였고 1월에는 37만t을 감산할 예정이다. 감산 기조는 적어도 올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포스코는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건설 등 국내 주요 수요산업이 모조리 침체에 빠진 탓이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전 세계가 동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철강 시황이 극히 불확실한 만큼 올해 포스코 사업계획도 유동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와 일반적인 시나리오 두 가지를 놓고 절충점을 찾고 있다. 최종 사업계획은 이달 중순께 확정된다.

포스코는 올해 사업 전망이 어둡긴 하지만 움츠러들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난국을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이구택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최근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소비산업의 급격한 수요 부진으로 창업 이후 처음으로 감산이 불가피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도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자만이 새로운 경쟁질서에서 강자로 부상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포스코는 올해 전략 목표로 우선 '위기 대응능력 확충'을 꼽았다. 원가절감 노력을 배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고 부문별 특성과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판매제품 구성도 '불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목표로는 '미래 성장기반 강화'를 제시했다. 철강경기 회복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황이라고 마냥 소극적으로 경영전략을 세웠다가는 2~3년 후 철강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가면 경쟁회사들에 비해 뒤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 성장기반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도 단행한다. 이를 위해 올해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의 국내 투자를 잡아놨다. 우선 광양제철소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하나 더 세운다. 2010년 7월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연간 700만t 이상으로 불어나 세계 1위 후판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고질적인 국내 조선업체들의 후판 부족 현상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포항에 제강공장도 신설한다. 투자금액은 1조4000억원 정도.늘어나는 쇳물 생산량에 맞춰 제강설비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광양의 제4고로와 포항의 제4고로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는 계획도 잡혀 있다. 투자재원은 내부자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존에 조성한 4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펀드 외에 추가로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외주 협력사들이 노후설비를 교체할 때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납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는 제도도 전 계열사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