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리어, 일본 다이킨을 따라 잡겠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상업용 에어컨을 포함한 글로벌 공기조절(공조) 시스템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80조 원이 넘는 세계 시장 규모와 가정용 에어컨 부문에서 쌓아온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먹을거리로서의 가치와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 80조 원 시장..캐리어 등 소수 '독점'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종합공조시스템(상업용 에어컨 포함) 세계 시장 규모는 기준과 분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400억∼600억 달러(약 8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무려 24%를 캐리어가 독식하고, 일본 다이킨과 미국 트레인이 각각 16%, 12%의 점유율로 뒤따르고 있다.

1∼3위 업체가 전체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캐리어와 다이킨은 모두 전체 공조 부문 매출이 한 해 100억 달러가 넘고, 70∼80%이상이 상업용 공조시스템 매출이다.

세계 가정용 에어컨 시장의 1인자임에도 LG전자의 공조 부문 연간 매출은 그 절반 수준인 50억 달러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상업용 공조시스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 LG전자 5위권.."상업용도 1등 할 것"

LG전자는 현재 세계 공조시스템 시장에서 중국의 거리(Gree)에 이어 5위권에 올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환용 LG전자 에어컨 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6일 '세계 톱 공조 업체'라는 공격적 비전을 제시하며 "가정용에서는 앞으로도 1위를 유지할 것이고, 상업용 에어컨 역시 현재 1위 미국 캐리어나 2위 일본 다이킨을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는 가정용 에어컨에서 축적된 마케팅 능력, 1천여 명의 연구원 등 풍부한 연구.개발 자원, 고층건물 내 에어컨 설치 노하우 등을 근거로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구체적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칠레.아르헨티나.

중국 등에서 모두 1천만 달러어치, 8천400여 대의 시스템 에어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 올해 상업용 에어컨 매출이 작년(약 15억 달러)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삼성전자 "5년 내 10% 점유율 목표"

삼성전자도 세계 공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진균 부사장은 지난 13일 가전 신제품 발표회에서 "올해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 사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며 대표적 전략 사업으로 '토털 공조 서비스'와 '키친 솔루션'을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토털 공조 서비스 사업을 준비, 이제 갓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지만 약 5년 안에 점유율을 두자릿수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600억 달러 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이 부문에서만 약 60억 달러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수원 삼성디지털 연구소 'R4' 연구동과 서초동 삼성 신사옥 등에 하이브리드 공조(중앙공조+부분공조)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설치,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삼성 신사옥 빌딩은 한 곳에서 찬 공기를 만들어 각 방으로 보내는 중앙공조시스템과 각 방에 따로 냉매를 설치, 냉방 하는 부분공조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

외부와 맞닿아 햇빛, 날씨 등에 영향을 받는 부분에는 부분 공조시스템을, 빌딩 중앙 쪽에는 기존 중앙공조 시스템을 설치해 열효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부분 제어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이 '하이브리드 공조'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열량을 20% 정도 아낄 수 있다.

박종환 상무는 "외부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냉.난방할 수 있는 고효율 제품과 대형 건물의 하이브리드 공조 솔루션을 확대하고, 자동화 원격 서비스(RMS)와 신재생에너지 복합 제품 등으로 시장 진입과 함께 차별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