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금리外 강력한 수단 더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FRB가 기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금융 위기에 맞서는 미국의 다음 조치는 금융사들의 부실자산 제거를 위한 총력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버냉키 FRB 의장은 13일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과 의회가 마련 중인 경기부양책이 하강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진작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그러나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보다 강력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으면 경기회복 효과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올해 첫 강연인 이날 행사는 올 한 해 FRB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기준 금리를 더 낮출 수는 없는 상태지만 FRB는 금융 위기와 경기 하강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서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들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실자산이 은행들의 대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은행들에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사의 부실 자산을 해소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하거나 정부가 직접 나서 부실자산을 매입 또는 보증하는 방법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FRB의 다음 조치가 금융사들의 부실자산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재 7000억달러 규모인 미 재무부의 구제금융 프로그램(TARP)을 넘어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버냉키 의장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겠지만 회복의 시기와 정도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FRB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인 연 0~0.25%로 낮춘 뒤 전통적인 금리 인하 외에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다른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