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참뜻은 '사랑'…노숙인에 재기의 힘 주고 싶어"

"새해 들어 노숙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가 열심히 돈을 벌고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따뜻한 국과 밥을 더 많이 나눠주려합니다. "

대한생명 대구 신화브랜치의 김정숙 FP(보험설계사 · 47)는 대구역 노숙자들에겐 '엄마'와 같은 사람이다. 매주 일요일 새벽 6시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대구역 북쪽 '만남의 광장'에서 따뜻한 밥과 국을 200여명의 노숙자에게 나눠준다.

김 FP가 무료 급식을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말이다. 교회 봉사 때 만난 한 노숙자의 "일요일에는 아무도 급식을 해주지 않아 하루 종일 굶는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컵라면을 사들고 한 끼 봉사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김씨 남편이 하던 사업도 부도를 맞았던 때였다. 그 라면은 곧 김밥으로,그리고 8년 전부턴 따뜻한 밥과 국으로 바뀌었다. 현재 매주 들어가는 쌀의 양은 50㎏,1년이면 20㎏짜리로 130포대에 달한다.

김씨는 지난 11년간 오로지 자신과 남편의 수입만으로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 정작 자신은 전세로 살고 있는 김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 집 근처인 수성구 지산동 소재 목련시장에서 장을 봐 토요일 오후 내내 남편과 함께 국거리를 손질한다. 그리고 일요일 새벽 3시면 일어나 200인분 밥을 짓는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두 아이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런 생활을 함께해왔다.

김씨는 무료급식으로 무거운 들통을 드느라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면서도 "일요일 새벽에 나의 이웃들이 한 끼 배불리 먹는 모습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며 "힘 닿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가 하는 일은 그저 노숙자에게 한 끼 밥을 주는 게 아니다. 김씨는 '밥을 줘서 밥 벌어먹을 힘과 기회를 주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농번기 때는 일손이 달리는 근교 농촌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장애를 가진 한 노숙인에게는 무료급식 때 식판을 관리하는 일을 맡겼다. 현재 대구역에서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철헌씨도 한때 무료급식을 받았던 노숙자 출신.김씨의 이 같은 선행에 감동받아 그의 보험 고객이 된 사람도 많다. 김씨가 국거리를 준비하는 목련시장 '왜관채소'의 주인부부가 이런 케이스다. 그의 봉사정신에 동참하기 위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주는 반가운 이웃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고객은 1년 전부터 매달 김씨의 통장으로 2만원씩 송금하고 있다. 지점으로 감자 등 농산물을 보내주는 고객도 생겼다.

1995년 설계사로 입문한 김씨가 어느 새 자리를 잡은 것도 부지런함과 봉사하는 마음 덕분이란 게 주위의 평가다. "보험은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겁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셈이지요. 가입자 가정에 이익을 주면 더불어 저에게도 일부 이익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 김씨에겐 560명의 소중한 고객이 있다. 이들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무려 95%에 달한다.

김씨는 "경제난에 따라 노숙자는 늘어나지만 도움의 손길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서로 나누면서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