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수출입은행장 "글로벌투자자 많이 몰려 가산금리 6.25%p '만족'"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장기 자금 조달에 성공한 수출입은행의 진동수 행장은 13일 "수은채권을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많아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수은은 이날 달러 표시 글로벌 본드 20억달러를 발행했다. 10억달러 수준에서 기채가 이뤄지면 성공이라고 내부적으로 진단하고 있었다. 정부 보증을 받지 않고 자체 신용도로만 기채에 나선 데다 지난해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아시아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중장기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은채권을 사겠다고 신청한 자금은 44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주문을 낸 글로벌 투자자도 250곳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발행 규모를 2배로 늘렸다. 그렇다고 발행금리가 그다지 높아진 것도 아니다. 만기는 5년,금리는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에 6.2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국제금융 담당자들은 수은이 10억달러를 가산금리 6%포인트 수준에서 조달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20억달러를 6.25%포인트에 모집했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조달 규모 20억달러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정부가 40억달러의 외평채를 내놓은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진 행장은 "1월이 지나면 미국 등 각국 정부와 정부 보증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수은 입장에선 조달 여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이번에 발행했다"고 말했다. 향후 자금시장 동향을 감안해 조달 시점과 규모를 결정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는 "올 한 해 외화 조달 규모는 50억~70억달러로 계획하고 있다"며 "당분간 유럽이나 일본 등 달러 이외 통화시장에서 조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브라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틈새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소규모 채권을 발행한 뒤 달러로 환전하는 방식의 달러 조달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