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M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 의미 부여

"LG화학 60여 년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초대형 사업이 될 것입니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가 2010년 양산할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Chevrolet Volt)'에 탑재될 배터리 공급자로 단독 선정된 데 대해 이런 의미를 부여했다.

사운(社運)을 걸었던 사업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LG화학은 배터리 분야에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013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카(HEV)/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사업을 LG화학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HEV/EV용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LG화학은 GM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뽑힌 것은 비단 LG화학 자체만의 성과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앞서가던 일본을 따돌렸다는 점에서 국가적 자랑거리라고 치켜세웠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부터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은 쾌거"라고 말했다.

GM 측도 LG화학 배터리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릭 왜거너(Rick Wagoner) GM 회장(Chairman)은 "GM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 신중하게 배터리업체를 선정했다"면서 "효율, 안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LG화학 배터리의 우수한 품질, 안정적인 양산능력, 모바일용 소형 배터리에 관한 오랜 양산 경험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나라는 각종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본에 한발 뒤진다는 말을 들어왔던 게 사실이다.

기초기술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양산기술 개발에만 매달려 산업의 크기와 규모는 키웠지만, 핵심이 되는 기초 원재료 또는 원천기술은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던 것.
실제로 HEV용 배터리 시장도 지난 1990년대 초에 일찌감치 선두 진입한 PEVE, MBI, 산요 등 일본업체가 니켈수소 배터리로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LG화학을 비롯한 삼성SDI(SB리모티브), SK에너지 등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시장에 한발 늦게 참여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을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GM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됨으로써 우리나라도 그간의 꾸준한 기술투자를 통해 이제는 일본과의 기술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초체력을 키웠다는 점을 공식 인정받게 됐다고 LG화학 측은 강조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우리나라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LG화학 배터리로 가동될 GM의 시보레 볼트는 배터리가 휘발유의 보조수단으로만 사용되는 일반 하이브리드카(HEV, Hybrid Electric Vehicle)와는 다르다.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움직이는 본격적인 개념의 세계 첫 전기자동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이다.

HEV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해 연료소모가 적은 정속 주행 때에는 휘발유 엔진으로 구동하고 연료소모가 많은 시동 및 가속 주행 때에만 전기모터(배터리로 구동)를 중심으로 달린다.

반면, EREV는 초기 40마일은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에너지로 운행하고, 40마일 운행 이후에는 엔진에서 발전한 전기를 충전해 운행하는, 즉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운행하는 한층 개량된 개념의 차세대 친환경 차량이라는 것이다.

GM,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사활을 걸고 전기자동차 개발에 매달린 것은 이 때문이며, 그래서 누가 어느 배터리업체와 손을 잡고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성공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왔다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