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들어서자마자 고강도 금연정책을 예고하면서 국내 진출한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국 담배회사들은 정부가 금연종합대책을 애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설 땅이 더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달 초 빌딩 내 술집, PC방, 운동장, 호텔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고, 소매점에서 담배진열을 금지하며, 담배 관련 회사가 스포츠 또는 문화행사를 후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쪽으로 건강증진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 코리아) 등 외국 담배회사들은 정부 금연대책이 공개되자 모든 안테나를 가동해 정부의 의도와 집행 의지, 실현 가능성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겉으로는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합리적 규제안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애써 태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예의주시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니냐"며 위안을 삼았다.

BAT 코리아 측도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외국 담배회사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BAT 코리아는 담배 산업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산업임을 인지하면서 이해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고,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 저소득층 치매노인 돕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도 "담배는 중독성이 강하고 폐암, 심장병, 폐기종, 기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담배회사가 책임 있는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필립모리스는 흡연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피해를 줄이고자 모든 관련법을 준수하고 현지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BAT 코리아와 한국필립모리스 등 두 회사는 국내 담배시장 개방에 맞춰 1988년에 한국에 진출했다.

BAT 코리아는 세계적인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그룹의 자회사로 전국 19개 영업 사무소에 총 1천1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07년 기준 국내 담배시장의 약 17%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세계적인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한국법인으로, 서울 본사와 경남 양산의 생산공장, 전국에 있는 지역 영업소 등에 약 43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