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제2 메이도프' 사기..두바이 부동산 재벌도 투자 사기
'나이지리아 419' 피해 日기업 급증..메이도프 피해 절반 해외서 발생


전 세계에 침체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제2의 메이도프' 스캔들에 비유되는 또 다른 다단계 금융 사기가 드러나 금융 당국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두바이에서도 이 나라 최대 부동산 재벌에 의한 투자 사기가 발생해 수사가 착수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런가 하면 나이지리아에서 몇 년 전 시작돼 아프리카와 거래하는 우리나라 중소 기업인들도 다수 피해를 입은 바 있는 이른바 '나이지리아 419' 금융 사기에 걸려든 일본 기업이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일본 당국이 밝히는 등 경제 위기를 틈탄 금융 사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9일자에서 미국에서 또 다른 다단계 금융 사기가 드러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주모자를 민사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펜실베이니아주 블루몰 거주 조지프 포르테가 지난해 12월 당국에 자수함에 따라 그간 조사가 이뤄져 지난 8일 조치가 취해졌다고 설명했다.

SEC 등에 따르면 포르테는 적어도 지난 1995년 2월부터 사기를 시작해 주로 친구와 측근 등 모두 80여명으로부터 5천만달러를 투자받았다는 것이다.

포르테는 투자를 권유하면서 자신이 운용하는 투자회사 조지프 포르테를 통해 증권선물계약으로 높은 수익을 얻도록 하겠다고 유혹한 것으로 나타났다.

SEC 관계자는 저널에 "투자자들이 돈을 되돌려받았는지 확실치 않다"면서 "아직까지는 형사 기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저널은 SEC 등이 버나드 메이도프 스캔들을 의식한 듯 "이번 사건이 메이도프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연방지법은 지난 7일 포르테의 재산을 전면 동결함으로써 사건이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두바이 최대 민간 부동산 회사인 다이너스티 자루니의 카비르 물찬다니 회장이 최소한 십여명의 투자자를 상대로 1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투자 사기 스캔들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나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인도 출신의 물찬다니가 "특혜 부동산 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면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비즈니스 파트너인 일랄 알 자루니 등도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물찬다니가 지난해 3월부터 '투자클럽 가입비' 명목으로 월 30만디르함을 12명의 투자자로부터 받았다면서 "6개월 후 한달 평균 100만디르함씩 모두 600만디르함의 수익을 거둘 것"임을 자신했다고 밝힌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피해자 변호사들은 100명이 넘는 또 다른 투자자들도 물찬다니를 상대로 부동산 사기와 관련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신문에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물찬다니 건이 UAE 최대 금융사기 범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9일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자료를 인용해 나이지리아 419 금융 사기에 걸려들었다며 JETRO에 도움을 요청한 일본 기업이 지난해 335개사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첫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지난 2004년의 21건과 지난 2006년의 79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나이지리아 419 금융 사기는 전자메일로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2005년 이후 다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런 명칭이 붙은 이유는 범죄가 시작된 나이지리아의 형법 419조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JETRO 관계자는 교도에 "해외 비즈니스 계약이 익숙지 않은 중소기업이 주로 피해를 본다"면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침체가 확산되는 와중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관리도 교도에 "갈수록 범죄가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기업인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도쿄 무역회사 직원이 남아공에서 철도레일 판매 사기에 걸쳐 납치돼 회사에 50만달러의 몸값이 요구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당시 남아공 경찰이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납치된 직원을 구출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외무성 관리는 "심지어 일본 고위 관리의 이름을 도용한 문서까지 악용된다"면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일 메이도프 사기로 초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500억달러 가량의 피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미국 바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해외 피해가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런던 맨 그룹의 RMF 부문과 유로권 최대 은행인 스페인 방코 산탄데어, 그리고 오스트리아 뱅크 메디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면서 이밖에 영국과 프랑스 및 일본 등의 주요 은행들도 최근 몇주 사이 속속 큰 피해를 입었음을 밝혀왔음을 상기시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별도 기사에서 1천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맨해튼 아파트에 24시간 가택 연금돼온 메이도프를 투옥할지 여부가 12일 정오(뉴욕시각)께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