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 위탁수수료 과다지급후 반환訴 '패소'

국토해양부가 국민주택기금에 대한 위탁 수수료를 금융회사에 과다하게 지급하는 바람에 1200억원을 날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한정규)는 12일 정부가 "과다하게 지급된 수수료를 반환하라"며 국민은행과 농협을 상대로 제기한 1210억여원의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1981년 국민주택기금을 설치했고 2001년부터 은행 업무환경이 전산화됨에 따라 수수료 단가를 다시 책정하기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안진회계법인과 체결했다. 안진 측은 수수료 대상을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단말기 거래,CD기 거래(입출금만 가능),인터넷 뱅킹 등으로 나누고 인터넷 뱅킹보다 창구를 이용하는 단말기 거래수수료의 단가를 더 높게 책정한 연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TM기(계좌 이체가 가능한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창구 직원에게 다시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수수료가 인터넷 뱅킹 수수료 단가보다 더 많은 단말기 등에 의한 수수료 단가로 분류된 것.이 연구 결과를 채택한 국토부는 아무런 이의 없이 관련 법령인 주택건설촉진법 시행 규칙에 해당 조항을 포함시켰다.

2003년부터 개정된 규칙에 따라 국민은행,농협은 위탁 업무를 시작했고 수수료를 청구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ATM기 수수료가 단말기 수수료 단가로 청구된 것을 몰랐다"며 지난해 국민은행과 농협을 상대로 차액 1210억여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은행이 위탁 수수료를 청구하면서 국토부에 낸 검토 보고서에는 분명히 ATM기 수수료가 단말기 수수료로 분류된 내역이 포함돼 있다"며 "농협 또한 수수료를 청구하면서 이런 오류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해당 수수료를 추가 지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3년 이후에도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이의 제기가 없었던 만큼 국토부와 국민은행,농협 사이에는 ATM기 수수료를 단말기 수수료 단가를 적용해 지급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해당 사실을 모른 채 과다한 위탁 수수료를 냈다고 하는 국토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ATM기를 분류하는 방식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판결문을 받는 대로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