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팡항공 1조2400억원 피해…10년만에 고객도 감소 '이중고'

중국 항공사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원유거래 헤지거래 손실을 입은 데다 10년 만에 고객이 감소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홍콩 문회보 등은 12일 중국 둥팡항공(동방항공)의 작년 헤지 손실이 당초 예상치의 두 배인 62억위안(1조24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둥팡항공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했다가 고점 대비 70%가량 급락하면서 헤지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까지는 헤지 손실이 18억위안 정도였으나 유가가 급락하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로 고객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둥팡항공은 지난해 고객이 전년보다 5.9% 줄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연료비는 중국 항공사 운영비의 평균 40%를 차지하는데 항공사들은 수익성 안정을 위해 보통 유류 상승에 따른 리스크 회피(헤지) 거래 계약을 맺는다. 이때 일정 한도 밑으로 유가가 내려가면 이에 따른 손실은 항공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유가가 작년 7월 고점을 찍은 뒤 예상외로 급락하면서 헤지거래 손실이 불어나게 됐다.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와 비슷하다.

중국 궈지항공(국제항공)도 작년 초부터 10월 말까지 원유거래 헤징에 따른 손실이 31억위안(6200억원)에 이른다. 상하이데일리는 난팡항공(남방항공)도 대규모 헤징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민영항공사인 오케이항공은 지난달 선금을 내지 않으면 주유를 해주지 않겠다는 공항 방침으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항공사들의 경영 악화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둥팡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당초 예정됐던 30억위안을 두 배 이상 웃도는 70억위안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부실이 큰 둥팡항공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뒤 상하이항공과 합병시킨다는 방침이다. 난팡항공 역시 정부로부터 30억위안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항공사들의 자체적인 구제방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둥팡항공은 임직원의 임금을 10~30%씩 삭감하기로 했다. 하이난항공 역시 경영진 연봉을 30% 삭감했고 보너스 지급을 취소했다. 또 일부 직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보수로 근무하고 있다. 난팡항공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간부급 직원들의 연봉을 10% 삭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