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은행들이 "지금의 자통법령으로는 선물환 등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 신한 국민 하나 외환 산업 HSBC 등 은행들은 정부 및 금융투자협회 주도의 자통법 준비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 아래 지난 5일 은행연합회 내에 '자통법 시행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은행권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섰다. TF는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을 찾아다니며 은행의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이 장외 파생상품 거래관련 규정 중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고 있는 것이 건별 상근 임원의 사전 승인이다. 자통법 시행령 186조는 '장외 파생상품 매매를 할 때마다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상근 임원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파생상품 가격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거래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바로 거래해야 한다"며 "언제 임원의 승인을 받아 거래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의 상근 임원은 집행 임원과 달리 은행별로 3~4명에 불과한데,금융당국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업무를 추진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은 또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권유를 파생상품투자상담사(투자권유자문인력 3종) 자격증 소지자로 국한한 것도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파생상품투자상담사는 주식선물 주식옵션 금리선물 등 장내 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사실상 증권업계의 자격증"이라면서 "현재 은행원들 중에선 자격증 소지자가 없는데 법령이 시행되는 2월4일이 되면 거래를 중단하란 말이냐"며 항의하고 있다.

은행들은 때문에 이에 대한 자격증 요건을 2년간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장내 파생상품과 장외 파생상품으로 구분해 별도로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은행들은 또 상장법인까지 '일반투자자'로 분류해 개인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절차를 밟도록 한 것도 주먹구구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과 선물환거래를 하는 것이 어떻게 개인과 선물환거래를 하는 것과 같을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요구사항을 전달받아 검토 중"이라며 "남은 기간에 은행들의 요구 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은 개선해 시장위축과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