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아 도산 위기를 넘긴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자금으로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오바마 당선인이 오는 20일 열리는 그의 취임식 행사에 개인 기부금 한도를 5만달러로 정하는 등 거액기부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납세자의 세금으로 수 십만 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받은 월가 금융회사의 임직원들이 최대의 '큰 손' 기부자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초당파 모금단체인 '퍼블릭 씨티즌'의 분석을 인용해 월가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기부금은 총 570만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취임식 행사에는 총 5천만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의회는 이중 1천만달러만을 재정에서 지원하도록 승인했다.

취임식 행사 기부에 대한 자격요건이나 금액제한 등의 기준은 별로 없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자발적으로 개인 기부한도를 정하고 기부자 명단을 공개키로 하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모금액 2천730만달러중 90%에 달하는 2천480만달러는 월가 대형 금융회사의 임원을 포함한 207명의 부유한 자금조달자들이 모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기부자 명단에는 방만한 경영으로 전 세계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파산보호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임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리먼의 임원들은 합쳐서 총 11만5천달러를 기부했다.

정부의 구제금융 수 십억 달러를 받은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도 기부 대열에 참여했다.

씨티그룹의 시카고 주재 루 서스만 이사는 개인 자격 기부 5만달러와 직원 모금액 5만달러를 포함해 총 26만5천달러를 기부했다.

골드만삭스도 제니퍼 스컬리와 브루스 헤이만, 데이비드 헬러 등 임직원들의 기부금을 합치면 총 17만5천달러를 냈다.

금융회사 외에도 영화업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SKG와 드림웍스 SKG의 임직원들이 총 22만5천달러를 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임직원들과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도 20만달러를 기부했다.

지금까지 기부자는 총 2천36명이었는데 이중 개인한도 5만달러를 채운 378명의 기부자가 전체 모금액의 약 70%에 육박하는 1천890만달러를 기부했다.

또 금액이 2만5천∼5만달러인 기부자도 223명이나 되는 등 '큰 손'들이 많았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