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위원 확정…본격 활동
금융사, 조정의견에 불복 법정行땐 '지지부진' 우려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C&중공업을 둘러싼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까지는 채권 금융회사 간 이견이 있으면 기업 구조조정이 진척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조정위원회를 통해 상당 부분 이견이 조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8일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위원으로 김 교수와 허경만 한국투자공사(KIC) 감사, 김형태 증권연구원장,나동민 보험연구원장, 송웅순 세종 변호사, 장경준 삼일회계법인 대표 등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당초 위원명단에 포함됐던 남종원 전 메릴린치 한국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했다.

위원장은 상근,사무국 인원은 12명이다. 사무실도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여의도 금융감독원 옆 대한투자증권 건물로 옮기기로 했다. 금감원 기업재무개선 지원단과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서다. 사무국장으로는 금감원 출신인 권영종 예가람상호저축은행 전무가 임명됐다.

조정위원회는 채권금융회사 간 이견 조정,채권금융기관협의회 의결에 반대하는 채권자의 채권 매입 및 상환 가격 조정,의결을 이행하지 않은 금융기관 위약금액 조정 등 역할을 하게 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됐지만 은행들과 메리츠화재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C&중공업도 조정위원회로 넘겨져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신규 자금 지원 등이 합의되지 못한 사안의 경우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조정 의견을 낸다. 조정 의견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의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위원회가 틀을 갖췄지만 퇴출기업을 골라내는 옥석가리기는 진통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해당 기업을 4등급으로 나누는데 문제가 되는 등급은 C등급(부실징후기업),D등급(부실기업)이다. C와 D 선상에 있는 기업을 찍어내기가 쉽지 않다.

조선업은 19개 중소 조선사가 대상이다. 문제는 해당 조선사와 선주와의 관계가 일도양단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고 선박 건조 단계의 평가도 채권단이 임의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소 조선사의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온 후판 가격도 최근 떨어지고 있고 원 · 달러 환율도 다소 낮아져 조선사 입장에선 채권단이 보는 것보다 업황을 낙관할 소지가 크다. 채권단내 갈등이 생겨 조정위원회로 넘어가면 짧은 시일 안에 퇴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도 이날 "날짜를 중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당초 23일을 시한으로 정한데 대해 물리적으로 끝내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또 조정위원회가 조정 의견을 내더라도 채권 금융사가 불복 의사를 밝히고 법원에 변경결정 청구를 할 수 있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세계 금융위기가 조기에 끝나면 조정위원회 활동은 6개월 만에 끝날 수 있으나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1년 정도면 (기업 구조조정) 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