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양해각서 내용 변경 불가"
"부실기업 패자부활 펀드 만든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그룹에 제시한 자산 매입 방안이 거부될 경우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매도인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함께 출자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 한화그룹의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우조선 인수 문제는 이제 한화의 결정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산은이 출자해 PEF를 만들어 한화로부터 계열분리된 자산을 매입해주면, 한화는 자산매각 대금을 받아 산은에 대우조선 인수대금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산은은 또 시장 불안 상황에서 싼 값에 자산을 매각했다는 우려를 없애주기 위해 PEF가 3~5년 후 자산을 되팔아 남는 수익을 한화에 돌려주기로 했다.

민 행장은 "한화는 인수자금의 3분의 2 정도를 이자부담 없는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추후 부실화할 가능성이 없다"며 "이런 구조를 활용하면 한화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자산매각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한화와 대우조선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특혜시비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당초 맺은 양해각서(MOU) 내용을 변경할 의사는 없다"며 "한화가 이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하고 3천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몰취하는 등 매도인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못박았다.

민 행장은 "올해 국책은행으로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퇴출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부처와 협의해 수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업 전망이 있는 기업이 자금난으로 안타깝게 부도에 몰린 경우 패자부활전과 같은 기회를 줘 퇴출 대상 기업들 중 30% 정도는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영화법이 통과돼 자본금 10조~12조원 규모의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설립되면 100조 원 수준의 자산을 만들어 공적자금 등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한 시기에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민영화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