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신뢰 중요성 깨달아…직원들 사기높아 해볼만

"전 직원에게 오기가 생겼습니다. 올해는 정말 일을 낼 겁니다. "7일 만난 김정태 하나은행장(사진)의 얼굴은 한 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밝았다. 하나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던 태산LCD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있고 웃음도 많았다.
하나은행은 작년 태산LCD와의 키코(KIKO)계약 여파로 2507억원의 충당금을 쌓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적자를 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년 3분기 말 1207원이던 원 · 달러 환율은 11월에 1500원대로 치솟아 시장에서 하나은행 불신론이 팽배했다. 하나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다는 괴담까지 나돌았다.

다행히 작년 말 환율이 달러당 1259원으로 떨어져 하나은행에 대한 악담은 수그러들었다. 4분기 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행장은 "더이상 태산 LCD 문제로 힘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많지만 그 일로 인해 열 번 잘 해도 한 번 잘못하면 고객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임직원 모두가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은행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질 수 있구나'하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훌훌 털어버리고 한번 해보자는 오기로 똘똘 뭉쳤습니다. "

김 행장은 새해 첫날 산행을 그 예로 들었다. 보통 100여명의 직원이 오는 게 고작인데 올해는 아무런 얘기도 안 했는데 500명이 넘게 왔다는 것.

그는 "영업에서는 정신 무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올라와 있어 올해가 영업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하나은행이 프라이빗뱅킹(PB) 고객처럼 큰 부분에만 치중한 면이 있었는데 올해는 PB 영업을 강화하고 고객 기반을 중산층으로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올해를 하나은행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경기 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조선과 건설뿐만 아니라 전 업종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하나은행도 일정부분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요 은행 중 건설업체 대출 비중이 가장 낮고 소호 대출도 다른 은행에 비해 적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산업이 안정되고 실물경기도 조금씩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작년 말 기본자본비율이 9%를 넘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