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다소 진정되면서 공기업과 시중은행 등 민간부문의 해외 외화자금 조달이 타진되고 있다.

최고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외화 차입에 대한 국가 지급 보증을 토대로 선봉에 서고 나머지 시중 은행들이 뒤를 따르는 방식이다.

6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면서 올해 들어 민간부문의 해외 차입이 재개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달 안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0억 달러씩 해외차입을 계획 중인데 산업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국가 지급 보증 방식을 이용해 외화를 끌어들일 예정이다.

최대 1천억 달러 규모의 은행 외화채무에 대한 국가 지급 보증은 지난해 10월 전격 도입된 뒤 국제 금융시장의 환경이 여의치 않아 단 한 차례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현재 10억달러씩 해외차입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들이 성공할 경우 시중은행들과 우량 공기업들도 해외 금융시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시장 여건이 다소 개선되고 대형 금융기관들의 회계연도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투자물량이 생기고 있다는 점 등을 호재로 보고 있다"며 "국책은행들이 차입에 성공할 경우에 대비해 해외 차입에 좀 더 공세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외화채무의 국가지급 보증은 은행권의 외화 자금난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이 제도는 18개 시중은행이 올해 6월 말까지 차입하는 외화표시 채무의 원리금 상환을 1천억달러 이내에서 채무 발생일부터 3년간 보증해준다.

하지만 작년에는 정부의 지급 보증을 받아도 국내 은행권이 외화 차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제 환경이 좋지 못해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없었다.

또한 정부 지급 보증을 받을 경우 당국에 외화 자금 조달 및 운용 계획, 비용 절감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경영에 제약이 있어 은행권들은 최악의 상황에 몰리지 않는 한 국가 지급 보증을 이용하길 꺼려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국가 지급 보증 방식으로 외화 조달을 계획함에 따라 공기업 중에선 한국전력, 철도공사, 도로공사 등 초우량 공기업이,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은행들이 이같은 방식을 활용할 외화 차입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서 자체적으로 외화 차입에 성공하게 되면 지난해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4개월여만에 해외차입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에는 시장 여건이 너무 안 좋아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시중에 달러를 배급해주는 상황이었다면 올해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민간 부문에서 해외 차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초에 은행권에서 국가 지급 보증을 통해 외화 차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잘 풀린다면 1분기 내에 여러 은행이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용주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