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률 현대>현대重>현대차 順
정몽준, 정몽구에 주식부호 1위 내줘

범 현대가(家) 그룹들이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보인 증시에서 업종별 명암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건설과 증권 업종 등이 죽을 쑤면서 현대그룹의 주가 하락률도 두드러진 반면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기아차그룹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5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 범 현대가 그룹의 지난해 연초 대비 연말 주가는 평균 46.8%의 하락률을 기록해 코스피지수의 하락률(39.33%)을 하회했다.

그룹별로는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54.9%의 주가 하락률로 낙폭이 가장 컸다.

현대그룹 계열사별로는 현대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각각 56.0%와 50.8%의 하락률로 반 토막이 났고, 현대상선은 -9.5%의 하락률로 비교적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가 속한 증권과 건설업종이 글로벌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속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동반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이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대북 관광사업을 주도하는 그룹 내 현대아산이 큰 타격을 입은 것도 현대그룹의 주가 약세 배경으로 작용했다.

범 현대가에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이 53.7%의 하락률로 현대그룹의 뒤를 이었다.

조선주의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에다 환율 급등을 예상하지 못한 채 연초에 원화 강세를 우려해 달러를 미리 매도했다가 막대한 환손실을 입으면서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

현대백화점, 씨씨에스, 현대DSF, 현대H&S 등을 거느린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도 각각 43.4%와 42.2%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파산위기와 이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경기 위축에도 39.3%의 하락률로 비교적 선방했다.

현대차(-42.2%)와 기아차(-34.2%), 현대모비스(-25.3%) 등 자동차 관련주들이 타격을 입긴 했지만 올해 달러당 1,500원까지 치솟았던 고환율의 수혜를 입은 것이다.

이 같은 차별적인 주가 하락으로 범 현대가 '주식 부호'들의 주식 평가액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직계 가운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1조7천658억원)이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1조6천379억원)을 밀어내고 주식 평가액 1위를 차지했다.

정 의원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3조5천713억원의 평가액으로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올해 보유주식의 평가액이 54.1%나 급락해 38.8%의 평가액 감소에 그친 정몽구 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어 정의선 기아차 사장(6천37억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2천740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2천496억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1천52억원) 등 순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