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전세난·보험료 인하 영향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역(逆) 전세난'이 본격화하면서 임차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보험사로부터 대신 보증금을 돌려받는 보험 상품인 '전세금 보장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전세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해 전셋집이 남아돌고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 전세난' 상황에는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계약 만료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4일 유일하게 이 상품을 파는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2008년 전세금보장보험 가입 건수는 처음으로 연간 7000건을 돌파,7300여건에 달했다. 2007년 6470건보다 13% 늘어난 실적이다.

서울보증보험 김인섭 마케팅팀장은 "1999년 전세금보장보험을 시판한 이래 2007년까지는 사원 주택 등으로 쓰기 위해 주택을 빌리는 법인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2008년 봄 이사철부터 개인 고객들의 가입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보험가입 건수가 1890건으로 전년 동기 1638건보다 15.3% 증가했다. 이어진 3분기에도 151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21건 대비 14.7% 늘었다.

보험료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보험 가액의 0.7%에 달하던 연간 보험료율을 지난해 0.375%로 대폭 낮춰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며 "2억원짜리 아파트를 2년간 전세 계약한 세입자는 보험료 150만원(2억원×0.375%×2년)을 일시불로 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소송,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사 계획이 어그러지는 등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며 상품의 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가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험사가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 대신 대위권을 행사해 금액을 추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셋집에 근저당이나 선순위 채권 등이 주택 가액을 초과해 설정돼 있으면 가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

전세금 보장보험=세입자가 임차한 주택 또는 점포의 경매,공매,전세 계약 해지 및 종료 후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할 경우 보험사로부터 대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서울보증보험(www.sgic.co.kr)에서 유일하게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