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휴업.연휴에 수출.산업생산 급전직하 예상

새해 첫 달 실물경기가 지표와 체감수준 양 측면에서 근년에 보기 드문 최악의 상황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황기에도 1월이면 전년 말 재고 정리 등의 후유증으로 지표가 가라앉는 경향이 있는데다 올해는 상품 수요 급감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휴무와 감산이 줄을 잇고 있고 설 연휴까지 1월에 끼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휴무와 감산으로 잔업, 특근까지 줄면 회사 사정에 따른 급여삭감이 없어도 근로자들의 실질 급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전반의 수출.생산 감소→소비 감소→수출.생산 감소폭 확대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1월 수출지표 최악 예상
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22.6%에 달했던 전년 동기대비 수출 증가율은 10월 10%선으로 급락한데 이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8.3%, 17.4%씩 격감세로 돌아서 금융위기 한랭전선이 실물경기까지 이미 전이됐음을 완연하게 입증했다.

문제는 올해 1월이다.

가뜩이나 침체일로인 경기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연말 수요 부진으로 재고 정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수출 수요가 발생할 곳이 없어 수출 감소세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수출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각국의 심각한 경제전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구인구직 전문 기업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C.G&C)'사는 지난달 29일 올해 미국에서 1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했고 컨설팅 업체 왓슨 와이어트(WW)의 기업 대상 조사에서는 미국내 기업의 23%가 올해 해고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단적인 예다.

더구나 매년 1월은 호황기라 해도 수출전선에 '이상'이 발생하는 시절이다.

무역수지 흑자기였던 1998∼2007년까지 10년간을 봐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은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0.4% 감소했고 월 수출액도 그 해 최저였다.

1999년과 2006년은 1월 수출 증가율이 각각 2.9%, 3.6%로 그 해 월별로는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고 수출 급증세가 절정에 달했던 2004년 1월은 증가율은 32.6%나 됐지만 그 해 상반기 가운데는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또 2002년 1월은 수출이 10%나 줄었고 2001년과 2007년에는 연간 무역수지가 흑자였음에도 1월에는 적자를 냈다.

지경부 당국자는 "매년 1월은 수출 호황기에도 좋은 실적을 내기 쉽지 않은 시기"라며 내년 상반기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 조업일수 15일은 되려나.

.산업생산.가계도 '비상등'
1월 실물경기를 옥죄는 것은 수출뿐 아니라 산업생산도 마찬가지다.

우선 공식적인 조업일만 해도 지난해 1월 조업일은 모두 24일(토요일은 0.5일 계산)이었지만 올해 1월은 설 연휴가 1월로 옮기면서 21.5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규모 휴업과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21.5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수치'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가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주말 특근과 잔업을 전면 중단하거나 조업시간을 단축했고 GM대우,쌍용차 등은 이달 4일까지가 휴업이다.

창사 이래 첫 감산을 단행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20만t을 감산한데 이어 이달에도 37만t을 당초 계획보다 줄일 계획이고, LG디스플레이는 휴일을 늘리는 방식으로 4일까지 구미 1∼6공장과 파주 7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협력업체의 생산에까지 영향을 주는 세계적 대기업뿐 아니라 상장 중견 기업들 역시 지난 연말부터 연이어 휴업,감산 공시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1월 산업생산의 위축은 불가피한 형편이다.

산업생산 지표는 11월에 이미 전년 동월대비 14.1%나 줄어 40년만에 최악을 기록한 데 이어 감산과 휴업이 본격화된 12월부터는 더욱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수출과 산업생산이 위축되면서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 내수 위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소득 자료에 따르면 통상 1분기는 설 용돈, 퇴직 일시금 등 비경상소득이 근로자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2분기보다 경상소득도 많은 시기다.

그러나 고소득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 가운데 상당분을 차지하는 잔업,특근 수당이 휴업,감산으로 격감하고 설 상여금은 물론, 비경상소득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그만큼 내수 위축은 불가피하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생산설비들이 1월에도 감산,휴무를 할 가능성이 높고 근로자들의 임금도 줄면서 실물경기가 많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