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인하 결행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폭은 0.5% 가량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은은 또 오는 금통위에서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을 출연하는 안건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금리 인하 불가피"


한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1% 줄어 지난 1970년 1월 이후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

환란 당시인 1998년 7월에 광공업 생산이 13.5% 감소했지만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에 비해 2.0%포인트 떨어져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지난달보다 1.3%포인트 내려가 12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제조업 체감경기도 환란수준으로 추락했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1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6으로 전월의 54보다 8포인트 떨어져 환란 당시인 1998년 2분기(46)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의 자금사정 BSI는 61로 전월의 66에 비해 5포인트나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 기준금리 얼마나 내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그 폭은 0.5% 포인트일 가능성이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0.25% 포인트를 낮춘다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0.75% 이상 내리면 향후 금리인하 `카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2월에 기준금리를 4.0%에서 3.0%로 1.0%포인트나 내렸다.

따라서 추가로 내릴 수 있는 폭은 많아야 1.0% 포인트 가량이다.

기준금리가 2.0% 아래로 내려가면 금리정책이 소비.투자.시중금리 등에 전혀 영향을 못주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외국 자금을 이탈시키고 채권발행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내린다면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위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를 이번에 모두 소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0.50%포인트 인하 가능성"

상당수 전문가들도 0.50%포인트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극심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는 `그린스펀 베이비 스텝'을 취했는데 최근에는 초반에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쓰고 있다"면서 0.5%포인트 인하를 내다봤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금리를 어디까지 내릴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하 여력이 있고 경제지표가 너무 나쁘기 때문에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에 1.0%포인트를 내렸기 때문에 0.5%포인트를 인하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며 "오히려 0.25%포인트 낮추면 시장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리인하폭이 워낙 컸던 만큼 금리동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금리를 동결하고 유럽, 영국 등 다른 나라의 금리인하 여부를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준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