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점프슛(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돈은 생각보다 더 오래 코트 밖에 머물러 있을테고,다시 움직이더라도 예금 등 매우 보수적인 투자수단을 찾게 될 것이다. "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쿠반 구단주가 전망한 2009년 재테크 기상도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포브스가 미 400대 갑부 중 1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대부분 세계 경제가 올해 말이나 내년 1분기에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해외 부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우선 순위를 두는 모습이다. 미 경제전문 마켓워치는 올해 투자전략에 대해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로 가야 하며 폭넓고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투자자문업체인 레녹스어드바이서의 마이클 쿠지우 선임부회장은 "보다 보수적으로 분산투자를 하되 판에 박은 듯한 뻔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시장 전망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렸다. 다우지수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진단도 있는 반면 6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진흙 속에서 진주를 주워 담을 절호의 기회'라는 데엔 대체로 동의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고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는 데다 기업 활동은 비틀거리는 등 경제지표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알짜'를 골라 주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는 '역발상 투자' 원칙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투자자들이 탐욕을 낼 때는 두려워해야 하고,그 투자자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켓워치도 전 세계 부자들에게 방어적이지만 선제적인 투자전략을 기본으로 삼아 불황에도 수익성 높은 투자 대상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10월 이후 중국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며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여서 투자 매력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국 부자들은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도 눈여겨 보고 있다. 신용위기로 최고 등급의 회사들조차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량 회사채의 경우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만약 기업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채권자가 주주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이 주식보다 더 안전하다. 투자자문사인 앨런 랜츠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앨런 랜츠 회장은 "회사채가 전에 없던 수익을 안겨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이 꼭 구매하는 생활 필수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주식도 부자들의 투자 리스트에 자주 오른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지출을 줄인다해도 식품 음료 등 생필품 구매는 줄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주식이나 생필품을 싸게 파는 대형 유통업체의 주식도 포트폴리오에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는 얘기다.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약업체나 의료기기업체 등 건강 관련 주식도 투자리스트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 업체도 경기를 덜 탄다. 가스 수도 전기통신 업체의 주가도 불황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다. 시장 상황이 좋든 나쁘든 배당금을 올려오는 업체는 현금흐름이 좋다는 얘기이므로 이들 기업의 주식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이 좋다.

미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는 유가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유사 등 석유 관련 업체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경제가 개선되는 것을 목격하기 전에 주식시장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확실한 때를 기다리다 보면 그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