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미국 갑부 설문조사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1분기부터는 세계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지난해 말 미국 400대 갑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응한 12명의 억만장자 중 거의 대부분이 이같이 전망했다고 1일 밝혔다. 부동산 재벌인 테오도르 러너는 "올 4분기면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러너의 자산은 지난해 9월 포브스 400대 갑부를 뽑을 당시 35억달러(4조6000억원)였다.

억만장자들은 현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공포감'을 꼽았다.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쿠반 구단주는 "경제가 '점프슛(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며 "돈은 생각보다 더 오래 코트 밖에 머물러 있을 테고,다시 움직이더라도 예금 등 매우 보수적인 투자수단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억만장자들은 또 신용경색과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위협 요소로 들었다. 제약업계 재벌인 R J 커크는 "정부의 구제금융이 기존 대기업 위주로 진행돼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활동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올 시장 전망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렸다. 낙관적인 이들은 다우지수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믿고 있었으며,비관론자들은 6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금융이나 부동산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서 돈을 번 사람들보다 훨씬 비관적이었다. 올해 미국 실업률 수준은 7~11%로 예상됐다. 1년 뒤 유가 전망에 대해 쿠반 구단주는 "다우지수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제시했다. 지수가 6500까지 떨어질 경우 배럴당 65달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억만장자들은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재정정책과 관련,"정부 자금 지원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재벌인 레온 차니는 "오바마 행정부는 디트로이트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거의 모든 억만장자들이 최근 몇 달간 큰 돈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포브스 400대 자산가에 속하려면 최소한 13억달러 정도 재산을 갖고 있어야 했지만 올해는 진입장벽이 10억달러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