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장, 연하장 값에 '감동' 소통

연하장과 이메일 연하엽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뜨는 새해인사가 많이 오가는 계절에 나름 독특하게 만든 소책자로 전하는 연하인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수협은행은 장병구 은행장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연하도서를 통해 "새해에는 희망속에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더 내십시다"는 내용의 메시지와 함께 신년인사를 내보냈다.

은행장 명의로 수협은행의 고객들과 임직원의 친구, 친지들에게 일제히 보낸 것이다.

장 은행장은 "연하장 대신 이번에는 연하도서를 만들어 보냈더니 받아본 이들로부터 응답전화 등 직간접적인 반응이 훨씬 더 낫다"면서 좋아하고 있다.

한번 보고 치워두기 쉬운 연하장, 잠시 클릭하고 웃어 넘기는 이메일 연하엽서, 대개 동시다발로 처리하는 문자메시지에 비해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제작에 권당 1천500원 정도 들었다 하니 500원부터 2천원까지 나가는 연하장과 비교해도 큰 부담이 된다고 할 수 없겠다.

지속되는 효과는 비용과 대비해 오히려 몇배 더 크지 않을까.

수협은행 연하도서의 표지는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에다 태안 유류피해 봉사현장 사진과 함께 "시커먼 기름을 온몸으로 닦아내며 생명을 불어 넣었습니다"라는 캡션을 달아 만들었다.

내지는 장병구 은행장이 인사말에 이어 평소 독서중에 메모하거나 강연자료로 요긴하게 쓰던 문구 가운데 직접 골라 12쪽까지 채웠다.

나머지 40페이지까지는 "경쟁자를 친구로 삼는 것은 통쾌한 일이다" "시험을 통과하는 유일한 길은 그 시험에 도전하는 일이다.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다" 등 '희망과 용기, 감동을 주는 글'로 별도 제작팀에 맡겼다고 한다.

장 은행장이 직접 편집한 콘텐츠에는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는 징기스칸의 편지도 있고, "민주당의 미국과 공화당의 미국...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 등이 포함됐다.

뒷표지 양면은 바다환경지킴이 예금을 특별 판매한다는 내용의 수협은행 광고와 관련 기사 내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수협은행 통합마케팅팀의 신동열 과장은 "경기침체를 이겨내는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하자는 메시지의 연하도서를 만들어 연하장 대신 보내기로 두달전에 결정했다"며 "연말에 주요 고객 등 1만2천400분에게 우송했다"고 밝혔다.

수협은행이 자체 제작한 연하도서에 앞서 일부 출판사들은 수년째 연하도서를 내놓고 있다.

김&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야기'를 비롯해 '가족', '복을 부르는 16가지 이야기' 등 이번에 새로 추가한 10종을 포함해 모두 80종을 연하도서로 출판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판매는 주로 온라인쇼핑몰인 롯데아이몰닷컴과 종합유통회사인 파피루스 등 전문 채널을 통하고 있다.

파피루스의 경우 1년전보다 40% 가까이 연하도서의 주문이 늘었다고 한다.

날씬한 디자인의 소책자에 경쾌한 메시지를 실어 보낼 수 있는 연하도서가 1회용 인사치레로도 볼 수 있는 연하장으로 인한 낭비도 막고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출판계 틈새시장에 다소의 활력을 주는 셈이다.

수선재와 텐북 등도 꾸준히 연하도서를 기획 출판해 나름대로 재미를 보았다.

교보문고 등 서점도 연하도서만 모은 별도코너를 아담하게 꾸렸다.

소책자로 만든 연하도서는 대개 48-98쪽 정도로 가격은 2천-3천원에 나와 있다.

낱권부터 10권 안팎까지 구매한다는 연하도서의 개인 고객은 20-30대가 많다.

이번에 보험.금융회사나 교원단체 등은 수천권씩 대량 주문해 주요 고객이나 학생, 학부모에게 일괄 발송했다.

책갈피처럼 책속에 낀 봉투를 꺼낸 뒤 속지 앞부분 지정된 빈터에 인사말을 직접 쓰고 연하장처럼 밀봉해 우송하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채삼석 편집위원 sahms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