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5년 내 미국 달러화를 제친다. "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해리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출범 10년째를 맞는 유로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기대다. 그만큼 지난 10년을 만족하고 앞날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희망 반,두려움 반'으로 출범했던 유로화는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유로화 가치는 1.40달러 안팎으로 등가 수준을 웃돌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인구도 3억3000명에 달해 출범 초에 비해 50% 늘었다. 또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출범 초 18%에서 28%로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11개국으로 출발했던 유로랜드 가입국도 1일부터 슬로바키아가 가세,16개국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도 가입할 태세다. 또 유로랜드 자체적으로는 경제 통합에 이어 정치 통합,사회 통합을 추진해 20세기 초 자유사상가에 의해 구상된 '하나의 유럽'이 되는 원대한 꿈을 실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로랜드 출범으로 세계 경제 질서는 3대 광역경제권 체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경제권,그리고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경제권 간의 견제와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21세기 세계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과 미주 경제권 간에는 북대서양 자유무역지대(TAFTA)로,아시아와 유럽 경제권 간에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로,아시아와 미주 경제권 간에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로 연결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제 통화 질서도 유로화와 미국 달러화,아시아 단일 통화를 축으로 하는 3극 통화체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전 세계를 하나의 화폐로 통용시키자는 세계 단일 통화 도입 논의가 일고 있어 주목된다.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테라(Terra)와 달러화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달러라이제이션,유로화 도입을 모델로 한 글로벌 유로화 등이 그것이다.

결국 유로랜드 출범은 비단 유럽의 결속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키고 있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