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말 '주요 업종 2009년 전망 조사'라는 자료를 통해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올해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단 한 곳 조선업만 예외"라고 설명했다. 선박 발주가 급감하면서 중소형 업체들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미 4년치 일감을 확보한 대형 조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순항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체들의 자체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4년 이후 배값이 올라갈 때 받아 놓은 수주가 많아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달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한 해 동안 102척을 만들어 선주에게 인도했다. 2007년(80척)에 비해 22척 늘어난 것으로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업체 가운데 연간 인도 실적으로 최대 규모다. 올해는 작년보다 선박 인도건수가 더 늘어나 119척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중공업도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10~20% 정도 높여 잡은 것으로 알려졌고 매각 일정으로 뒤숭숭한 한 해를 보낸 대우조선해양도 전열을 가다듬고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다만 '미래의 먹거리'에 해당하는 선박 수주는 예년만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로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신규 발주 시장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의 선행지표인 해상운임도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건화물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1000 선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1만 선을 웃돌던 작년 5월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수준이다. 배를 지어봐야 수익을 올릴 수 없어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어서다.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조선 부문에서 줄어드는 발주를 해양 부문에서 채워 넣는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해양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인도에 설립한 '해양설비 설계센터' 인원을 2~3년 내에 두 배 이상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드릴십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 등 늘어나는 해양 부문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설계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완공한 '제10도크'를 해양 부문 전용 도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FPSO 등의 덩치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도크의 크기도 세계 최대 규모로 늘려 잡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도크의 완공으로 해양설비의 작업기간이 한 달가량 줄고 원가도 20% 정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쪽 날개만으로는 오래 날지 못하는 법이다. 조선업체들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양 부문과 더불어 조선 부문도 살아나야 한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 시황이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용 삼성중공업 조선해양 영업실장(전무)은 "선주들도 사업을 접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효율이 높고 사이즈가 큰 신제품을 꾸준히 확보해야만 한다"며 "최소한 대형 조선업체에는 오래지 않아 선박 주문이 예년처럼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