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실물경기와 일자리 지키기 총력전에 나섰다.

지경부는 26일 내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외화 가득사업'인 수출과 외국인 투자는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올해보다도 오히려 상당폭 끌어올리고 가용 투자재원은 모두 투입해 실물경기 살리기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세적 실물경제정책으로 외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수출과 외국인 투자는 극대화시키고 투자를 늘려 내수에 군불을 때겠다는 방침이지만 세계 경기가 극도의 동반 침체기로 접어드는 '시계 제로'의 절박한 상황에서 목표달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수출, 전망은 4천300억불. 목표는 4천500억불

지경부는 통상 매년 제시하던 수출 '전망치' 대신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올해 4천230억 달러선으로 예상되는 수출을 내년 4천500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100억 달러 이상 적자가 예상되는 무역수지를 내년에는 다시 '100억 달러 이상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명목상 외환보유고와 달리, 환율이 널뛰기하고 내수만으로는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수출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절박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란 점은 지경부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내년 수출 증가율 예상치는 -6.1%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도 증가율이 3.2%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데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도 4천300억 달러선이어서 그야말로 현상유지만 해도 합격점인 상황이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우선 해외시장의 리스크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수출에 필수적 기반인 수출보험이나 보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위험이 높은 시장에 수출보험,보증을 제공했다 다소 손실이 발생해도 수출보험 관계 직원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엔고 현상을 활용해 일본 기업들의 부품소재 해외 아웃소싱에 참여기회를 늘리고 이 기회에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난공불락이었던 일본 내수 소비재 시장도 뚫겠다는 복안이다.

미국과 유럽지역은 기존 수요는 부진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 내수부양이 추진되고 있는 점에 편승해 수출 확대전략에 나설 계획이다.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은 "힘든 목표지만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환율 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경쟁국보다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이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 'IT.에너지 뉴딜'..투자재원 총동원

내수 살리기 차원에서 각종 투자계획도 대거 동원될 예정이다.

지경부는 우선 'IT/SW.에너지 뉴딜' 이라는 이름으로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에너지분야의 투자를 늘리는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설비투자 14조3천억원을 필두로 IT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무선인식기술(RFID), 중소기업 IT혁신,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 및 디지털 교과서 등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 에너지 절약시설과 신재생 에너지를 쓰는 '그린홈' 1만2천호 보급 등으로 정부와 민간을 합해 19조5천억원의 투자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계획에 따른 당연한 투자로 신규 투자로 볼 수 없지만 일부 선제적 투자 등이 가미되면 수요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지경부는 보고 있다.

'5+2'광역경제권의 선도산업 지정 등을 계기로 지역경제 지원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는 계획과 올해 118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는 외국인 투자도 내년 부품소재 전용공단 가동을 무기삼아 125억 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제시됐다.

지경부 당국자는 "투자를 늘려야 최소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서 "그만큼 내년 사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고용유지.재교육'으로 일자리 지키기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새 정책은 '고용유지 및 재훈련 모델'의 도입이다.

노.사.정 협력을 통해 추진되는 이 모델은 주로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주된 타깃으로 마련된 것이다.

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노사가 임금동결을 전제로 해고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하면 납품을 받는 대기업은 해당 중소기업의 잉여인력을 대기업 현장에서 기술습득 교육,직무훈련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는 고용유지재원을 이용해 임금과 훈련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발생한 잉여인력을 생산 현장 외부로 내보내고 임금 및 훈련비 일부는 정부가 지원하는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은 고용자 일부에 대해 미국식 '일시해고'(Lay-off)를 하는 효과가 있다.

또 중소기업들이 주납품처로 직원들을 보내 기술훈련을 시킨다면 직무수행 능력이 제고돼 향후 경기 반전시 교육받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에 이 모델을 적용하기 힘들고 교육받은 잉여인력에 대한 강제적 고용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일부 부작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 모델은 매출 급감과 감산으로 고용조정 압력이 커진 업종을 중심으로 우선 실시할 계획"이라며 "노.사.정의 합의와 합의내용의 충실한 이행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