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연설 마지막 일정..의원들 찬사 쏟아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것으로 사실상 6개월 간의 유럽연합(EU) 순회의장의 임기를 마쳤다.

올해 말까지 의장직을 맡은 뒤 새해부터 체코의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에게 의장직을 넘기게 되지만 남은 10여일의 임기 동안 특별한 일정이 없어 이날로 임기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자신이 EU 의장직을 맡아 유럽의 위기관리에 주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금융위기에 직면한 유럽이 단합해 공동 대처한 점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사태를 중재한 점 등을 위기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또 EU를 역동적으로 이끌어왔다고 자신의 리더십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리더십은 종종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갈등을 불러온 근원이 되기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 27개 회원국을 알고 이들 회원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얻게 되면 관용을 배우고 유럽도 이해하게 된다"라고 의장직을 맡았던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는 강한 유럽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만일 유럽이 분열된다면 강한 유럽은 불가능하다는 2개의 신념에 근거해 행동을 결집하려고 노력했다"고 자신이 역점을 둔 정책 방향도 소개했다.

그러나 "EU 의장을 맡은 기간에 유럽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유럽이 나를 변화시켰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의원들이 찬사를 보내며 화답한 가운데 마틴 슐츠(독일) 의원은 "차기 순회의장도 (사르코지 대통령과) 똑같이 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고 밝혔다.

그래엄 왓슨(영국) 의원은 그루지야 사태를 중재한 사르코지 대통령을 신화에 나오는 백마를 탄 용감한 왕자에 비유하고 이 왕자가 EU의 군사력을 동원해 그루지야 공주를 구출했다고 치켜세웠다.

왓슨 의원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소집된 유로존 정상회의에 유로존 미가입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참석한 것을 두고 "런던의 신데렐라가 마침내 무도회 입장을 허락받았다"라고 표현했다.

왓슨은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공공지출을 하도록 메르켈 총리를 설득한 것은 "베를린의 공주에게 멋진 왕자님과 함께 하고 싶으면 개구리한테 키스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런 찬사 속에 68운동의 주역이었던 독일 녹생당 소속의 다니엘 콩방디 의원은 "의장국 프랑스는 한번은 바른 방향으로, 다음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돌아서는 풍향계와 같았다"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바로수 집행위원장을 충견과 같은 비서로, 유럽의회를 정부에 필요한 비아그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몰래 조용히 만났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