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구제금융 받고도 호화 행사 비판 여론 떠밀려
UBS 전직임원도 보너스 포기

세계 최대 보험사에서 미국 국민의 혈세를 빨아들이는 '밑빠진 독'으로 전락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에드워드 리디 최고경영자(CEO)가 올해와 내년 연봉을 1달러씩만 받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의 AIG 임원 연봉 공개 압박에 따라 나온 데다,AIG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서도 호화 행사를 벌이는 등 물의를 빚었던 만큼 시장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AIG는 25일 리디 CEO가 올해부터 2년간의 연봉을 1달러로 결정했다며,다만 일정 지분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형태로 받게 된다고 밝혔다. 또 리디 CEO가 이 기간 보너스 수령을 포기하고 퇴임 후에도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회사와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요 경영진들도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고 내년 연봉을 동결키로 했다. 쿠오모 총장은 "회사가 잘 나갈 때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CEO들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부담을 나눠 져야 한다"며 "다른 기업들도 AIG를 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봉 1달러'는 1978년 크라이슬러의 회장 겸 CEO로 취임했던 리 아이어코카가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낮춘 이후 기업 경영진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등장했다.

AIG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8일 쿠오모 총장이 AIG에 대해 임원 보너스와 연봉 인상 계획에 관한 내부정보를 공개토록 요구한 가운데 나왔다. 당시 쿠오모 총장은 "납세자들의 도움을 받은 AIG가 경영진에 대한 임금을 인상하거나 보너스를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로부터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AIG는 임원 급여에 대해 온전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AIG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의 한 리조트에서 골프와 온천 마사지 서비스 등이 포함된 호화 컨퍼런스를 여는 데 44만달러를 썼던 것으로 드러나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마르셀 오스펠 전 회장 등 전직 임원 3명도 이날 3300만스위스프랑(약 2800만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오스펠은 "스위스 연방정부가 UBS에 6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내 스스로 임금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