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가 산업 전 분야로 번지면서 운송 물량을 찾지 못하는 배들이 늘고 있다.

용선한 배를 다시 빌려 영업을 하는 재용선 업체들은 일찌감치 파산하는 등 해운업계의 불경기가 깊어지면서 조선업도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에 따르면 세계 해운시장에서 7천여 척에 이르는 건화물선 중 20% 정도가 철광석과 석탄 등 화물 운송 수요 감소로 항만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 시장에서 배가 남아돌자 일찌감치 용선했던 배들을 정산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파산 루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한 해운업체는 40척의 용선 중 35척을 정리하고 자사 소유 8척과 용선한 배 5척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 회사에서 배를 재용선했던 외국 중소해운사 6곳은 모두 영업을 그만뒀다.

용선 시장이 국제적으로 얽혀있다 보니 국내외를 넘나들며 해운 불황의 영향이 미치는 셈이다.

이스라엘 조디악사는 20척의 운항을 중단했고, 우크라이나 ICL사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국내에서도 용선료가 비쌀 때 대거 배를 빌렸던 중소 해운업체들은 용선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으면서도 외부로 사실이 알려지면 자칫 영업에 타격을 입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철강업체들이 잇따라 감산하고 있고 선박 운항 비용을 밑도는 운임 수준, 신용장 개설 차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항만에 계선 선박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가 남아돌다 보니 세계 조선시장에서 수주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진기록도 나왔다.

펀리스위클리(Fearnleys Weekly)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14일 신조선 발주가 한건도 없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케이프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18만t급 건화물선의 계약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운임 수준이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어 계선하는 선박이 점차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