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CEO, 7000억弗 구제금융 효과 시간 걸릴것
블랙스톤 회장 "지금이 우량株 투자기회"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최고경영자(CEO) 존 테인이 "현 경제상황은 1929년 대공황 시기와 유사하다"는 진단을 내놔 주목된다.

테인은 11일 뉴욕에서 열린 메릴린치 연례 금융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 여건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재의 금융위기 상황은 1987년과 98년,2001년의 침체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권 구제금융에 대해 "정부의 자금 투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일 경우 금융시장이 점차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진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는 지난 3분기 순손실이 51억5000만달러로 5분기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으며 주가는 올 들어 약 80% 급락했다.

반면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금융사 CEO들은 미국 증시가 바닥에 이르렀다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은행지주사로 바뀐다고 해서 투자은행으로서의 회사 전략이 크게 바뀌진 않는다"며 지주사 전환 후 처음으로 향후 사업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블랭크페인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기존 사업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승인받아 사업 전략에 대해 어떠한 제약도 없는 상태"라며 "금융시장에서 여러 가지 강력한 도전 과제가 나오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매우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선호하는 사모펀드에 꼭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며 "우량 기업들의 몸값이 매우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면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1990년대 초반과 2001년 침체기 당시에도 사모펀드들은 높은 투자수익을 거둬들였다"며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최대 이익은 항상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미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CEO도 "지금 금융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견디다 못해 묻지마 투매에 나서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바닥 직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며 "내년 중반부터 증시가 회복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