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악화 산업전반 확산..'백수' 급증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찬바람이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됐고 일할 의지가 꺾인 청년 실업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이번 위기의 발원지인 금융.건설 쪽에서 고용부진이 심하게 나타나면서 여타 업종으로 번지고 있어 앞으로 감원 칼바람이 불 경우 외환위기 때 보던 실업자의 물결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는 내년, 특히 상반기까지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일자리 한파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증가폭 10만명 밑으로..저소득.청년층 타격 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0월에 9만7천명으로 3년8개월만에 가장 적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20만명대였지만 3월 18만4천명, 4월 19만1천명, 5월 18만1천명, 6월 14만7천명, 7월 15만3천명, 8월 15만9천명, 9월 11만2천명 등으로 계속 줄었다.

특히 9월부터 증가폭이 현저히 떨어진 것은 가뜩이나 찬바람이 불던 채용시장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덮쳤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령대별로는 채용시장에 갓 나왔거나 한창 일할 나이인 20대(-13만 명)와 30대(-3만6천 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6.6%로 작년 10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산업별로도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을 빼고 모두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제조업의 취업자가 1.5%, 전기.운수.통신.금융업 1.8%가 각각 감소했고 건설업은 2%나 줄었다.

이 가운데 전기.운수.통신.금융업의 경우 5월까지만 해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이어지고 감소 폭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 보면 화이트칼라인 사무종사자(5.4%)와 전문.기술.행정관리자(0.5%)는 늘어난 반면 서비스.판매종사자(-1.6%)와 농림어업숙련종사자(-2.5%)는 감소해 상대적으로 저소득 직업군의 타격이 심했다.

이런 흐름은 종사상 지위를 봐도 그대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3.5%)은 증가한 반면 임시(-1.7%) 및 일용(-2.8%)직에서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자영업주나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하는 비임금근로자도 0.9% 줄었다.

◇ '일자리 희망없다'..비경제활동인구 급증
취업자 증가폭이 감소하는 것과 맞물려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3천972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만7천 명(1.1%) 증가했다.

일할 수 있는 15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다는 점에 있다.

실제 10월 늘어난 15세 이상 인구(43만7천 명) 중 취업자 9만7천 명, 실업자 3천 명 등 10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 33만7천 명은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비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취업사정이 악화되면서 취업준비자로 지내거나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그냥 쉬는 '사실상 백수'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을 활동상태별로 보면 취업준비자는 10월 현재 58만6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증가했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들도 같은 기간 4.6% 늘어난 126만6천 명에 달했다.

특히 '쉬었음'을 연령대별로 보면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할 20대와 사회 주력 계층인 40대에서 각각 4.6%와 8.3% 늘어났다.

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구직단념자' 역시 10월 12만4천 명으로 작년 동월에 비해 무려 31.4%(3만명) 증가했다.

고용사정이 악화되자 일자리 찾기에 어려움을 느낀 '실망 실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구직단념자가 늘면서 취업준비만 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늘고 있는 반면 구직자는 숫자 자체가 줄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공공서비스나 사회복지 등 잠재력 있는 부분에서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자리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내년 하반기까지 회복 난망
이 같은 고용쇼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악화되고 이는 국내에도 영향을 주어 내수와 투자 부문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율이 뚝 떨어지는 등 대외경제의 활력성도 약화돼 고용 창출력은 올해에 비해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업에 좌절한 계층에서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미 금융, 건설 등 일부 업종에서는 감원.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외환위기 당시의 실업 칼바람이 재연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전망에서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실업률은 상승하겠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로 인해 3.6% 확대되는데 그칠 것"이라면서 "내수침체 영향으로 신규일자리 창출 규모도 10만명 내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KDI의 이 같은 전망은 내년 1년치에 관한 것으로 내년 상반기는 지금보다 훨씬 심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신규 일자리 수는 10만명도 회복하기 힘들 전망이다.

KDI는 내년 상반기에 2%대, 하반기에 4%중반대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심화된 금융위기가 아직 실물경기로 완전히 이전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가 더 위축되면 제조업.서비스업 모두에서 고용감소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 모두발언에서 "전례없는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면서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박대한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