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위헌소송 선고를 일주일 앞둔 7일 헌법재판소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 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전날 강 장관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헌재의 종부세 위헌 여부 판결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헌재와 접촉했지만 확실히 전망할 수 없다.

일부는 위헌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다"고 답해 국회가 파행을 빚었다.

강 장관의 발언을 접한 헌재는 긴급히 진상조사에 나선 결과 지난달 22일 재정부 세제실장과 국장이 종부세에 대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위헌 취지의 새 의견을 전달하려 헌재 수석연구관과 헌법연구관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헌재는 강 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직후 즉각 "부적절한 발언이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거나 "위헌 여부 선고 결과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적 의구심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노심초사해 하는 분위기이다.

평소 재판 사항은 9명의 재판관이 평의를 거쳐 결정한 뒤 선고를 하거나 공보실을 통해 발표하는 내용 이외에 `비밀엄수'를 강조해온 터라 미리 결정 내용을 알려줬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강 장관의 발언에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며 위기감 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처럼 강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은 자칫 헌재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결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가 13일 선고하면서 강 장관의 발언대로 세대별 합산 부분에 대해서만 위헌결정을 내린다면 향후 공정성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부담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당장 헌재 선고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민노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 장관은 종부세 재판과정에 개입해 재판 결과의 신뢰성을 실추시켰다.

정부와 헌재는 종부세 일부위헌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짜맞추기식으로 판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헌재의 독립성을 훼손한 강 장관의 경질과 주심재판관의 기피 신청, 종부세 선고의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헌재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연구관이 내부용으로 작성한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됐고, 특히 대통령 측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헌재의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04년 3월 보고서 유출사건이 벌어진 뒤 같은 해 7월 헌법재판소 공무원 규칙에는 `비밀엄수 조항'이 신설됐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