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강세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즐기기 위해 한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어 국내 관광업계가 때아닌 특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 4.4분기에 방한하는 일본인이 엔고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여행사, 항공사, 호텔 등 관광 관련업체들이 불황 탈출의 기회로 삼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일본인 방한 증가세..연말부터 급증할 듯 =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 입국 현황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 입국자가 164만6천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늘어나면서 외국인 입국자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올해 9개월 동안 누적 수치만 따지면 방한 일본인이 크게 늘어난 편은 아니지만 9월에만 20만2천229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4.75%가 늘었으며, 엔고 영향이 관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연말부터는 일본인 입국이 급증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분석했다.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은 총 600여만명으로 이 가운데 일본인이 230여만명 정도를 차지했는데 엔고 특수로 300여만명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관광공사측의 전망이다.

일본여행협회(JATA)도 일본인의 한국 방문이 9월에 8.7%. 10월에 10.4%, 11월에 12.5%. 12월에 68.3%씩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JATA는 이같은 한국행 러시에 대해 엔고로 한국 체류 비용이 저렴한데다 거리가 짧아 유류할증료의 영향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관광공사는 일본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는데 특히 '이 보다 더 쌀 수 없다'는 문구를 내걸어 엔고에 호소할 예정이다.

관광공사측은 "올해 원화가치가 하락한 반면 일본 엔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여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가장 싸게 한국을 다녀올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면서 "지금 예약한 일본인들이 대거 들어오는 연말부터 관광업계는 일본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광업계 "일본 특수로 불황 탈출" =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국내 대형여행사들은 방한 일본인 유치를 위해 인바운드를 대폭 강화하면서 경영난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외국인 유치를 전담하는 자회사 하나투어 인터내셔널의 일본팀을 강화했으며, 본사 직원들을 하나투어 인터내셔널로 내려보내면서 전열을 재정비했다.

또한 하나투어는 일본에 있는 하나투어 재팬을 통해 직접 한국 상품을 기획한 뒤 일본 여행사들에게 판매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처럼 하나투어가 일본인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지난해 10월에 자사 상품을 이용해 방한한 일본인이 780명에 그쳤는데 올 10월에는 4천200명에 달하는 등 500%가 넘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투어 자회사 투어테인먼트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연예인 팬미팅 상품을 개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류를 이용한 인바운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투어측은 "불경기로 해외여행이 줄어 여행업계의 타격이 심한 상황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히 호재"라면서 "각 여행사마다 그동안 등한시해왔던 인바운드 부문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업계 또한 10월부터 연말까지 성수기인데다 방한 일본인까지 많아져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국내 특급호텔의 객실률은 80-90%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으며 일본인 단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중저가 호텔들은 이미 90%를 넘어서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측은 "호텔에 일본인 투숙객이 부쩍 늘었다는 소리를 요즘 자주 듣고 있다.

엔고 현상이 본격 반영되는 연말쯤이면 더욱 많이 한국에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도 "엔고라고 해도 예약 후 입국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 눈에 띄게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일본인이 많이 올 것으로 대비해 다양한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또한 일본 특수에 부응해 증편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항공은 최근 서울-도쿄 5회, 서울-오사카 7회를 증편했으며 ANA항공도 공급석을 늘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지역에 대한 운항 스케줄을 조정하고 오사카 등 일부 노선의 증편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은 거리가 짧아 유류할증료 부담이 적은데다 엔고로 여행 비용까지 크게 줄어 경기 침체를 겪는 일본인들에게 그나마 해외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 증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 애경 등 각 면세점에도 최근 일본인 여행객의 구매가 평소보다 20-30% 이상 늘어났으며 특히 고가의 명품백 구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운영 중인 세븐럭 카지노와 파라다이스의 워커힐 카지노 또한 일본인 비중이 10% 정도 늘었으며, 세븐럭 카지노는 적극적인 판촉을 통해 엔고를 외화 획득과 수익 증대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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