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국채 사재기에 가치 급등
신흥시장에 큰 타격


세계 증시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이 미 달러화와 국채같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만 찾으면서 그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반면 신흥시장은 이런 안전자산 선호 속에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위기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고 유럽과 미국 증시도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패닉 상태를 넘어 거의 절망 상태로 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의 위기로 번지면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에의 공포가 투자자들을 몸서리치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불안한 자산은 모조건 다 팔아버리고 안전자산만 찾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세계 증시의 투매 현상이 벌어진 것은 몇 주간의 패닉 상태가 이제 절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불안한 자산을 포기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 달러화와 국채 선호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년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일본 엔화 등 일부를 제외한 각국 통화에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미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2497달러에까지 거래돼 전날의 1.2934달러보다 가치가 크게 오르며 2006년 10월 이후 가장 강세를 보였다.

미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이번주에만 5% 가량 올랐다.

미 달러화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는 5.9%까지 오르며 6년여만에 최고치를, 캐나다 달러에는 3%까지 오르며 4년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웨덴 크로네화에 대해서도 2005년 12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또 러시아 루블화에 대해서도 1.2% 오르는 등 미 달러화는 세계 금융위기 속에 도피처로 작용하면서 신흥시장 통화에 강세를 지속했다.

미 국채 역시 달러화와 함께 초강세다.

이날 3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3.8676%까지 떨어져 3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0.05%포인트 떨어진 3.64%를 기록, 이번 주에만 0.3%포인트 내렸다.

3개월짜리 국채 수익률은 이날 0.21%포인트 떨어진 0.75%까지 내려가 1주일만에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에 수익률이 3.38%였던 것을 감안하면 국채 가격이 금융위기 속에 큰 폭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다.

키프.브루예트앤우즈의 크레이그 코츠 공동대표는 블룸버그 통신에 "모든 사람이 달러나 국채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미 달러화와 국채만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것으로, 신흥시장이 환율 하락과 증시 폭락으로 현재의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입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구의 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해당 지역의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어떤 것이라도 대거 팔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 급락은 외화 부채 상환과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고 돈을 빌리려도 해도 빌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해 신흥시장을 더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마켓워치는 서구의 경제위기와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을 보일 것으로 여겨졌던 신흥시장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