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감산 태풍 … 제조업 불황 본격화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생존 방안 찾기에 안간힘이다. 생산 축소(감산),감원,보유 현금 확대 등을 통해 장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생활용품에서부터 자동차 철강 기계 반도체 등 거의 전산업 분야에서 감산은 나타나고 있다. 일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10월22일)는 '다가오는 공황의 발소리'라는 기사에서 지구촌 곳곳에서 1929년 주가 대폭락 이후 일어났던 대공황 시대를 방불케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가 실제 대공황으로까진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2,3년은 이어질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 침체 대비하는 글로벌 기업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수요감소에 따라 감산을 추진하거나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와 인수ㆍ합병(M&A) 협상을 벌이고 있는 GM은 그랜드라피스에 있는 금속압연 공장을 내년 말까지 닫기로 했다.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위스콘신 자네스빌 공장도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앞당겨 12월23일까지 폐쇄,1200명의 인력을 감축키로 했다. GM은 델라웨어 공장 한 곳과 미시간 공장 두 곳도 추가로 없앨 방침이다. 포드는 작년 말 애틀랜타 남부의 해퍼빌 공장문을 닫은 후 라인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미니밴 공장을 폐쇄하고 픽업 트럭 및 SUV라인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2007년 이후 2만2000명의 인력을 줄였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자 대대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세계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북미의 대형차 공장을 3개월간 가동 중단키로 최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올해 판매목표도 당초 850만대에서 835만대로 낮췄다. 자동차 판매가 전년보다 줄어드는 건 10년 만이다. 닛산자동차는 국내 공장 외에 영국 선더랜드 공장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 등에서도 감산을 실시할 계획이다. 혼다는 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북미 공장에서 대형차 생산을 2만2000대 줄이기로 했다.

철강 분야에선 일본 철강업체들이 3년 만에 감산에 들어간다. 신일본제철과 JFE스틸 등은 생산량을 10% 정도 줄일 계획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올 4분기에 건설용 강재를 중심으로 유럽 공장의 생산을 15%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업체인 독일 키몬다는 미국 리치몬드 생산라인을 내년 1월까지 폐쇄하는 등 해외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은 인텔과 합작해 설립한 'IM플래시'의 200㎜ 웨이퍼 라인을 내년 초 폐쇄하고 앞으로 2년간 인력 15%를 감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 일본 PVC업체인 도소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을 15% 줄였다.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중국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되는 것도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가속화하는 한 요인이다. 중국이 경기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버팀목이 돼줄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수요 감소로 독일 기계업체부터 일본 건설장비와 원자재업체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수혜를 입었던 각국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감산 바람도 거세졌다. 허베이강철 서우두철강 산둥강철 안강 등 중국 동부 4대 철강업체들은 이달 초 20% 감산에 합의했다. 중국 전체로는 지난달 말 현재 4590만t이 생산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자동차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저우도요타가 생산량을 연 42만대에서 39만대로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상하이GM은 37만8000대에서 32만대로,장안포드는 31만대에서 26만대로 각각 감산키로 했다.

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forest@hankyung.com